노조 회계 공시 시 이달 1일 이후 납부 조합비 15% 세액공제 혜택
'정부 차원 블랙리스트' 지적… 고용부 "회계 운영 투명성 강화 방안"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부터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를 본격 시행한 데 대해 '강제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원 수 1000인 미만 단위노조나 산하조직은 공시 의무가 없어도 그 상급단체 공시 여부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게 사실상 강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 고용부가 운영하는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사진=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메인 화면 캡처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노조 회계공시 제도를 시행하고,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한 해 동안의 수입·지출, 자산·부채를 공시하는 제도로, 재정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 미가입 근로자 노조 선택권·단결권 등을 보장하는 등 노조 민주성과 자주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서 정부는 이를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노조가 회계 공시하면 이달 1일 이후 납부되는 조합비 15%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조합원은 공시시스템에서 소속 노조와 그 상급단체의 공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내년 1월 연말정산 시 조합비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고용부는 조합비 세액공제 제도가 노조 활동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만큼, 조합비를 사용하는 노조와 그 상급단체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 시작도 전부터 양대 노총에서 "위임입법 범위를 벗어난 위헌이자 노조 통제·산별노조운동 탄압"이라며 큰 반발이 일었다. 노조법 시행령은 노조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회계감사원 기준과 노조법에 근거 없는 결산결과 공시제도 도입 등 노조법이 정하지 않은 사항을 신설해 노조 자주성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헌법 제75조 위반이자 국회 입법권 침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원 수 1000인 미만 단위노조의 상급단체가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에게 세액공제를 배제하는 등 재산상 피해를 입게 하는 것은 자율을 위장한 '강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1000인 미만 노조의 행정적인 부담 등을 고려해 상급단체가 공시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노조는 기본적으로 조합원이 납부하는 조합비를 재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조합비를 배분받는 상급단체 등도 실질적으로 세제혜택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상급단체에 대해서도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강제라기보다 상급단체가 조합원과 국민에 대한 책임성, 조합비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전체적인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고자 상급단체도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제도에 대해 '정부 차원 블랙리스트'와 다름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고용부는 "어느 노조에는 불이익 주고, 어느 노조에는 이익 주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노조들이 회계 운영에 있어 투명성을 강화하고 제고하기 위한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했다. 운영되는 과정에서 문제 발견 시 검토하고 살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관계부처 의견을 조회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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