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압한 진교훈 과반 넘겨 득표…압도적 표차로 강서구청 탈환
민주당, ‘정권 심판’ 구호로 보궐선거 압승...총선 이재명 체제 굳건
국힘, 상상 이상의 패배에 尹 탓은 못해도 김기현 책임론 커질 듯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당무 복귀를 앞둔 이재명 대표는 금의환향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진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대승을 거뒀다. 진 후보는 56.52%(13만 7065표)를 얻어 39.37%(9만 5492표)를 얻은 김태우 후보를 무려 17.15%p 차로 제압하고 제18대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총 투표율은 48.7%다.

여야는 이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 마지막 날까지 신경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김태우 후보가 지역개발 사업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여당이 지원하는 능력 있는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진 구청장에 대해서는 ‘범죄자 낙하산’이라고 칭하며 전략공천된 후보라고 폄하했다. 진 후보가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전략공천을 받은 반면 김 후보는 내부 경선을 거쳐 선발된 경쟁력 있는 후보임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진 구청장이 경찰 출신임을 강조하며 ‘안전’과 ‘민생’을 책임질 후보라고 맞섰다. 또 이번 보궐선거가 김 후보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점 등을 꼬집으며 정부여당이 오히려 ‘부적격자’를 공천해 강서구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반격했다.

또 이들은 “이번 보궐선거로 정부여당의 독선을 심판해야 한다”라며 김 후보가 여당의 지원을 받는 힘 있는 후보라고 선전한 것을 ‘정권 심판론’으로 상쇄시키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양측의 신경전 결과는 끝내 민주당 승리로 귀결됐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점과 귀책사유자인 김 후보가 재출마한 것이 주민들의 반발을 산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니 총선’ 민주당 승리로 끝나…날개 단 이재명 비상등 켜진 김기현

민주당이 미니 총선으로 여겨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여야 대표의 운명은 엇갈리게 됐다.

계파갈등에 시달리던 민주당은 오는 총선까지 이재명 지도 체제가 굳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진 후보 전략공천이 이재명 지도부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재명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탈환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더불어 장기간 단식으로 선거 유세에 적극 동참하진 못했지만 이 대표가 선거에 미친 영향력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의 단식과 맞물려 구속영장 기각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검찰의 야당 탄압과 정부여당의 독선이라는 프레임까지 더해져 검찰 출신인 김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도 여겨진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는 보궐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총선까지 비명계의 반발에도 이재명 체제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큰 격차로 패배한 국민의힘은 격랑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까지 제기되어 왔던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또 건강 문제로 대표가 유세에 나서지 못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유세에 나섰음에도 두 자릿수로 대패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 자질에도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태우 전 구청장 사면을 결정한 윤석열 대통령 입장도 난처해지게 됐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김 후보를 강서구청장으로 재출마 시킨 것으로 책임론을 비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가 총선 전초전의 성격을 가졌고,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결’이라고까지 여겨진 만큼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다만 총선 공천을 앞두고 여당 내부에서 윤 대통령에게 보궐선거 책임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윤 대통령을 대신해 김기현 대표에게 책임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보궐선거 승리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재판 출석이나 구속영장 재청구 등으로 논란이 지속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재명 체제가 약화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비명계나 여권에서 이 대표를 때릴수록 구속영장 기각 또는 보궐선거 승리라는 이 대표의 명분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며 총선까지 이재명 체제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보궐선거가) 표면적으로는 ‘어려운 선거였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대통령실과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수도권 위기론과 겹치며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라면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론을 주장하기 어려워 꿩 대신 닭처럼 김기현 대표에게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