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자력, 루마니아 시작, 폴란드·체코·튀르키예 등 유럽 시장 공략하나
미래 도심 최적화 원전 'SMR'도 기대…원전 생태계 서서히 회복 중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원전 경쟁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부터 꾸준히 해외 수주를 따내는가 하면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의 기술 발전도 진행되고 있어 원전 생태계 복원을 촉진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탈원전 이후 해외 원전 주도권은 러시아·중국 등이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수출 원전 34기 중 23기는 러시아, 4기는 중국이 건설한 것으로도 상황은 설명된다. 

전 정부가 원전 기술을 퇴보시키는 데 골몰하는 사이 새로운 경쟁자들이 급속도로 성장한 셈이다. 특히 중국은 SMR 시장에서도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 경주 월성원전의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이에 윤석열 정부는 취임과 함께 대표적인 국정과제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와 원전 생태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었던 원전 기술력과 노하우를 다시 복원시켜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해외 시장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원전 정책을 강화하면서 2025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일감·R&D·금융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확대하고, 신한울 3·4호기의 건설과 계속운영을 추진하는 등 생태계 회복에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 탈원전 폐기 후 잇따른 해외 수주…유럽 시장 눈독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부터 해외 원전 수출 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2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는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에서 캐나다의 원자로 설계 회사 캔두에너지, 이탈리아의 터빈·발전기 설계사 안살도뉴클리어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3자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전체 사업 규모 2조 5000억 원 가운데 한수원은 약 40%, 1조 원가량의 지분을 차지한다.

1996년부터 가동된 체르나보더 1호기는 2026년이면 1차 운영 허가 기간인 30년이 만료돼 노후 원전에 속한다. 이번 설비개선사업은 계속 운전을 위해 2차 운영 허가를 받기 위한 작업이다. 
추가 30년 운전을 위해 2027년부터는 압력관과 터빈, 발전기 구성품 등 원전의 주요 설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캔두 에너지는 당초 체르나보더 1호기의 원자로 계통 설비를, 안살도는 터빈발전기 계통 설비를 설계한 원설계 회사다. 계약 체결 전까지만 해도 기존에 관계가 있는 캔두 에너지와 안살도가 유력 후보였으나 한수원이 컨소시엄을 함께 체결하게 된 것은 우수한 설비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수원은 2009년 월성 1호기 의 압력관을 교체했던 경험 등 노후 원전의 연장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압력관 교체 사업과 시공 관리를 직접 담당하며 세계 최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한 전력을 세웠다. 또 체르나보더 1호기가 우리나라의 월성 2·3·4호기와 동일한 ‘캔두6’ 노형이라는 점도 가산이 됐다.

한수원은 앞선 지난해 8월 3조3000억 달러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시공·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10월에는 10~30조 원 규모로 폴란드와 한국형 원전 건설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 박인식(맨 오른쪽) 한국수력원자력 수출사업본부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원자력공사(SNN)에서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더 1호기 설비개선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원전 수출 물꼬가 트이면서 유럽 다른 지역으로의 추가 수주 기대감도 나온다.

우선, 국영 폴란드전력공사(PGE)는 민영 발전사인 제팍(ZE PAK)과 함께 한수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 2∼4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체코도 두코바니 지역에 1200㎿ 이하급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까지 우선협상자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입찰 제안서를 내고 준비 중이다.

튀르키예도 2035년까지 원전 12기를 건설할 계획이어서 주시해야 할 해외 건설할 예정인 튀르키예도 유럽 시장에서 도전해 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 SMR 시장도 노려볼 만…매년 20% 이상 성장 예상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소형 원자로도 국내 원자력 업계가 눈독들이는 분야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SMR시장은 2040년까지 연평균 22%씩 성장할 전망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은 오는 2035년까지 전 세계 SMR시장 규모를 85기가와트(GW), 300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SMR은 원자로 냉각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가능성이 없어 안전성이 높고, 발전용수가 적게 들어 해안이 아닌 내륙에 설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규모가 작아 건설 비용과 철거 비용도 적게 드는 등 미래형 에너지 공급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SK㈜와 SK이노베이션,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사업화에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원전 기업 역량 강화, 원전 산업 인력 양성과 함께 SMR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을 원전 관련 핵심 과제로 삼고 세 가지 분야에 약 89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을 필두로 국내 원전 업계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면서 "루마니아를 시작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원자력 및 관련 수출 기회가 있고, SMR 등 미래형 원전 기술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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