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여파, 고유가 부채질…일부선 정유 수급 차질 우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정세를 뒤흔들면서 유가 불안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유 공급 부족 사태를 대비하고, 고유가에 따른 가격 불안정에도 신경써야 하는 등 골머리를 앓는 눈치다. 기름값 급등이 자칫 안그래도 오를대로 오른 물가를 자극할까봐 걱정하는 당국의 눈치도 봐야하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대부분은 중동산으로 파악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수입된 원유 6억6000만 배럴 가운데 중동산 원유는 4억8000만 배럴로, 전체의 72.4%에 달했다. 중동 정세 불안은 곧 정유업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 주유소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정유업계와 관계 당국인 산업부는 이스라일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이란의 참전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은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OPEC의 중심 국가 중 하나다. 또한 세계 석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 걸프 지역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봉쇄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예비 산유량으로 유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란 참전과 동시에 이스라엘과 중동 전쟁으로 규모가 커지는 것이어서 원유 수급 차질과 동시에 전반적인 경제 악화 흐름 속에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또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도 강화될 수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은 주유소 현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유소들은 정유사에 대량 발주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으로 원유값이 더 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조금이라도 쌀 때 정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들도 국제유가가 전쟁으로 배럴 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기름을 비축하려고 몰려들고 있다.

수도권 일부 주유소는 이미 일시적인 정유 공급난도 일어나고 있다. 전쟁 뉴스에 불안감을 느끼고 몰려든 소비자들로 한 때나마 제한적인 양만 판매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정부의 단속 의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최근 중동 상황을 고려해 '범부처석유시장점검단'을 1년 만에 재가동했다. 

지난 18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한 석유 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정유업계를 한 데 모았다. 방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석유가격정책을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산업부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과 합동으로 꾸린 점검단을 통해 고유가를 악용한 담합 행위 등을 단속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전쟁이 조기에 수습되고 유가가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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