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기피 현상에 정규직 줄고 임시직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 발생
기간제·외국인 근로자 증가할 경우 품질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어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조선업계가 수주를 늘리면서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인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 3사는 인력 확보를 우선 과제로 꼽았는데 오히려 정규직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외주 인력과 기간제 근로자는 늘어나면서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3분기 말 기준 정규직(직영) 근로자 수는 8298명으로 2분기 말 8399명에 비해 101명이 감소했다. 한화그룹에 편입되기 전보다도 줄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지난해 3분기 말 8379명보다 81명 감소한 수치다. 

   
▲ 조선소에서 근로자가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화오션은 올해 6월부터 대대적인 경력직 채용에 나서면서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사무직 연봉을 1000만 원 인상하고, 연구개발 직원들의 서울 근무 조건 등 처우 개선을 내세우며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정규직은 감소했다. 

반대로 한화오션의 외주 인력은 증가했다. 3분기 말 기준 외주 인력은 1만3235명으로 2분기 말 1만3078명에 비해 157명이 늘어났다.

한화오션과 함께 조선3사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1만2088명으로 지난해 말 1만2287명보다 199명 줄었다. 삼성중공업의 2분기 말 정규직 근로자 수는 8501명으로 지난해 말 8556명보다 55명이 감소했다. 

반면 기간제 근로자 수는 늘어났다.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 수는 694명으로 지난해 말 478명보다 216명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기간제 근로자 832명을 기록해 지난해 말 203명보다 629명이 늘어났다. 

이처럼 조선사들의 정규직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조선업에 대한 기피현상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조선업이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조선사들은 일손 부족으로 인해 급하게 외주 인력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확대했지만 현장의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채용하면서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는데, 이 역시 업계 내에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외주 인력, 기간제 근로자의 증가는 업무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시간이 더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선박의 품질 저하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는 최근 수주잔고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다 고부가선박 위주로 수주하면서 실적도 확연히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에만 목표 수주액 90%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170.76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내 인력 문제가 구조적인 고질병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생겨 업계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면 수주뿐만 아니라 인력 수급에서도 뺏고 뺏기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처우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모든 근로자들이 현장 교육을 마친 후에 생산에 투입되겠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근로자, 외주 인력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생산품질 저하 문제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규직이 꾸준하게 늘어나야 하는데 임금 대폭 인상 같은 노력이 뒷받침돼야 조선업의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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