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관세에 저가 자국브랜드 ‘압도적 가격경쟁’

[미디어펜=김태우기자]자동차시장의 차기 글로벌 블루오션으로 지목됐던 중국시장에서 국내업체들 뿐 아니라 유수의 글로벌완성차 업체까지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내 자국브랜드의 저가경쟁으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인하에 나섰다. 뼈를 깎는 아픔을 안고 가격인하에 나선 완성차업체들의 고충엔 자국브랜드의 급성장과 함께 터무니없는 중국의 관세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중국에서 급부상 하며 10대 그룹에 선정된 창안자동차의 인기차종/창안자동차홈페이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하이모터쇼장을 방문한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은 “현지 업체들이 어떻게 자동차를 반값에 만드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형근 부회장은 현재 화두가 된 중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이미 예상하고 현지방문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중국전략에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모색하기 위함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02년 첫 중국시장 진출한 뒤 2008년부터 승승장구해왔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이미 출시된 모델을 들여와 판매 한 것과 달리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남다른 현지 전략화 모델 출시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승승장구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2015년도에 들어서면서 중국 현지 업체들이 외국계 합작사 등과 비교해 절반 수준의 가격에 차량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시장경쟁의 초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자연스레 중국자국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 또한 빠르게 올라갔다.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지난 상반기 판매량은 28.7%증가했다.

전체 중국자동차시장이 성장률이 8.3%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29%에 불과했던 현지브랜드의 올 상반기 점유율은 30%후반까지 치솟았다. 이런 중국현지 브랜드의 강세에 외국계 합작사들은 앞다퉈 과감한 가격 할인에 들어갔다.

특히 중국현지 브랜드의 급성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독일의 폭스바겐과 미국의 GM 등이 먼저 나섰다. 중국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강수였다.

지난 4월 상하이GM은 40개 차종에 대해 1만~5만4000위안까지 가격을 낮췄고 상하이폭스바겐도 중형세단 등 11개 차종의 가격을 최고 1만 위안까지 인하했다.

GM과 폭스바겐의 움직이자 현지의 합작법인을 둔 일본계 회사들도 차종에 따라 1만~3만위안씩 가격을 낮췄다. 이밖에 100% 완성품을 들여와 할인 해택을 제공하기 힘든 회사들의 경우 무이자 할부와 전 모델 보험혜택, 소비세까지 보전해주는 등의 대대적인 판촉으로 맞섰다.

   
▲ 중국 수입되는 차량과 관련된 관세율표/관세청홈페이지

중국세율 표를 보면 일반적인 승용차량의 수입관세는 230%이다. 국내 수입차 관세가 8~10%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즉 신차가격이 3000만원인 차량을 완성품으로 수입할 경우 중국내에선 6900만 원가량에 판매된다는 말이다.

이에 따른 세금(준치세, 소비세, 차량구입세 등)을 따질 경우 중국에서 수입중형세단을 구입할 가격이면 국내에선 에쿠스까지 구매가 가능한 가격이다.

실제 슈퍼카인 W모터스의 라이칸 하이퍼스포츠의 경우 38억이라는 실제 판매금액에 중국 관세와 2대 한정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115억 원이라는 금액에 판매가 된바 있다.

물론 자국 산업보호 차원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해야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터무니없는 관세로 외국계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일들은 자동차 업계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중국 자국브랜드인 샤오미에 밀려 국내 산업계에 차이나 리스크가 시작된 전례가 있다. 2년이 지난 현재 이런 문제가 자동차 업계로까지 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그룹도 두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 현지브랜드들의 반값 차량들과의 격차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중국에 진출한 수입차들과의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는 상황이었다.

중국에서 투싼보다 비싸게 판매되던 GM의 캡티바가 가격인하로 저렴해 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현대차는 중국에서 싼타페 판매가를 최대 3만위안(약 565만원), 투싼은 최대 2만위안(약 376만원) 내렸다. 가격 인하 이전 싼타페는 중국에서 최저가 모델이 4600만원, 투싼은 3800만원 수준이었다.

최근 중국에선 현지 업체들이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창안, 창성 등 현지 업체는 현대차나 폭스바겐 등 외국 업체보다 30~40%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점유율을 급속하게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관계자는 “저렴한 인건비에서 시작되는 중국 현지브랜들의 가격경쟁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