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머니토크]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 “엘리엇 파동과 롯데 사태는 기업이 선진화되는 과정”
김지호 기자
2015-08-07 11:26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그룹의 엘리엇 파동이나 이번 롯데그룹 문제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이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봅니다. 롯데나 삼성그룹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도 이번 일들을 계기로 많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대표(부사장)/사진=홍정수 기자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대표(부사장)는 최근 불거진 대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이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저성장 시대를 맞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인 만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업을 보는 시각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IB(투자은행) 업계의 맏형으로 불린다. 여러 매체가 조사한 ‘IB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1위를 독식할 정도로 IB쪽에서는 ‘큰손’이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여러 변화를 목격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삼성이나 롯데그룹 관련 사건도 큰 변화의 시작이자 일부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우증권 입사 초기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개념조차 없이 개별기업보다는 산업이나 시장의 트렌드만 따라가면 되는 시절이었죠. 고도 성장기여서 기업의 부채는 많을수록 좋았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와 대우그룹이 부도나면서 증권사나 투자자의 생각이 바뀌게 됐죠.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예요.”

외환위기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 국내 IB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지금도 IB업계에서의 핵심은 증권사의 정확한 밸류에이션 판단 능력이다. M&A(인수합병), 신용공여(기업자금 대출), 기업공개(IPO) 등 IB업무는 밸류에이션을 잘 판단해야 얼마를 투자하고 남길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에 이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자산 평가는 더욱 냉정해졌고 시장 참여자들도 진화했다. 포스코플랜텍, KT ENS 등은 우량한 대기업의 자회사라도 재무상태가 악화하자 바로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기업의 주주에 대한 책임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지금이야 IB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사실 정 대표는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대우증권 인사부 대리 시절에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등의 채용서류를 관리하기도 했다. 이후 대우증권의 자금부장, 기업금융부장, 주식인수부장, 파생상품부장, 기획본부장 등을 거쳤다. 본격적으로 ‘IB맨’으로 세일즈에 나선 것은 2000년부터다.

“유상호, 홍성국 사장 두 분 모두 주니어 때부터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게 두드러졌죠. 다른 직원과 기본적인 능력은 비슷한 것 같은데 거기에 열정이 더해져 있냐 아니냐가 나중에는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NH투자증권에서 IB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IB업계에 이미 큰 족적을 남겼다. 2012년 웅진그룹 사태를 통해서다. 당시 극동건설의 부실로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그룹 전반이 위기에 빠졌다. 정 대표는 넓은 네트워크와 추진력으로 웅진코웨이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해 웅진그룹의 법정관리를 성공적으로 졸업시켰다. 과거와는 달리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이 기업 구조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최초의 사례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대표(부사장)/사진=홍정수 기자

“저금리로 인해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면서 IB쪽은 더욱 활성활 될 겁니다.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상업은행 보다는 투자은행 역할이 커지면서 모험적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어요. 저성장에 빠지면 모험자본이 활성화 되고 유가증권화 시키는 IB쪽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자본금이 8000억원이 늘은 데다 농협중앙회, NH농협생명 등 거대 기관투자자까지 계열사로 포진해 있어 NH투자증권의 IB사업은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IB업무를 정말 사랑한다고 했다. 기업이 망해서 매각하려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나 성공하려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더 성공하게 하고 IPO 등을 통해 성공하려는 사람은 성공을 시켜줄 수 있어 행복을 느낀다. 업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복덕방 아저씨처럼 단지 노출이 많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만, IB쪽의 냉정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IB 비지니스는 드라마하고 같습니다. 딜이 성사되기까지 고통은 무수히 많은데 주연배우는 딱 한명입니다. 리테일 등 다른 증권사 사업은 1등이 다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지만 IB는 1등이 모든 것을 가져갑니다. 주연배우는 화려해보이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비정한 것이 이쪽 시장입니다. 그래서 다들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피를 말리죠. 끼가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금융위기 당시 만들어진 규제가 투자자보호를 위해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IB 비지니스는 B2B(기업 간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어 고객보호나 투자자보호 관점으로 바라보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IB사업부와 다른 사업부 간 장벽(차이니스 월)이 있어 시장의 발전이 저해되는 만큼 외국처럼 정보 유출에 대한 입증 책임을 투자은행에 맡기고 사전규제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SPONSORED


오늘의 인기기사


PC버전
© 미디어펜 Corp.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