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공시의무화' 법 추진…"실효성 없어"
'반 기업 정서' 부추기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 우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드러난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갈등으로 롯데는 그동안 숨기고 싶었던 부분들까지 드러나게 됐다.
일본의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L투자회사 등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한국롯데를 장악했던 사실이 퍼졌다. '한국롯데를 일본이 지배한다'는 인식이 주를 이루자 롯데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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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및 새누리당은 지난 6일 김정훈 정책위의장 주재로 당정협의를 열어 기업 총수 등에게 해외 계열사 지분이나 국내외 계열사의 출자 관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사진=미디어펜 |
정치권에서도 롯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고작 2%도 안되는 지분을 가진 총수일가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롯데를 쥐락펴락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한국 재벌에는 가족만 있고 사회가 없다. 경영이 없고 지배만 있다"며 "재벌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권한 집중을 막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역시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건 경제정의뿐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국민적·시대적 통념에 맞지 않다"며 "적법 절차와 규정 없이 마음대로 경영에 개입하는 '황제 경영', '손가락 경영'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및 새누리당은 지난 6일 당정회의를 열어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에 대한 대략적인 가닥을 잡았다. 기존 순환출자 규제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 당정의 결론이다.
하지만 해외계열사의 지분이나 국내외 계열사의 출자관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 등을 추진 중에 있다.
재계에선 '해외법인 공시 의무 부과'등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은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안 좋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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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에선 '해외법인 공시 의무 부과'등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은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안 좋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지금은 롯데만의 문제이나, 법안이 통과 되면 기업 전반의 큰 제약이 될 수 있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또 법의 실효성 역시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실 외국법의 지배를 받는 회사를 공개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이번 롯데 지배구조에 있는 광윤사·L투자회사 등은 비상장 사업체이며 공시의무가 없다. 자발적으로 해당 회사들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공개가 가능하나 협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가능 한 상황이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폐쇄적이라고 알려진 한국기업에 누가 투자를 하며 한국의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의 비상장회사의 주주 명부까지 공개하라고 입법을 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외교문제만 일으키고 특히 가뜩이나 꼬인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태로 롯데 상장 계열사의 주식의 2조원 정도가 증발됐다"며 "가장 피해를 본 것은 롯데그룹 주주들과 이사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주·이사들에겐 감독권이 있고, 기업의 정관이나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며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