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배럴당 75달러 대…월가 '100달러 간다' 전망 무색
추가감산 효과 지켜봐야…3분기 흐름 못 이어갈 듯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최근 유가 하락세가 이어디면서 3분기 호실적을 낸 정유사들이 4분기에는 실적 하락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이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최근 내림세가 뚜렷하다. 현지 시간으로 30일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75.96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90달러(2.4%) 하락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02달러(2.4%) 내린 배럴당 80.86달러로 마감했다.

   
▲ 주유소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최근 유가는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월 이스라일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한 때 미국 월가에서는 국제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흐름은 이와 반대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세로 돌아선 이유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제조업 생산 둔화 현상이 일어났고, 원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요 위축을 우려하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유가가 지지선을 찾지 못하고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곤두박질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날 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1분기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20만 배럴 감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각각 기존 시행 중인 100만 배럴, 30만 배럴이 포함된 것으로, 이번 합의로 실질적으로 추가 감산 되는 것은 90만 배럴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에 밝힌 추가 감산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유가 하락이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자발적 감산 결정이긴 해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유가 반등이 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제마진도 다시 하락한 상태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 정유사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10달러대를 기록했다. 

이는 손익분기점으로 인식되는 4~5달러대를 2배 가량 웃도는 수준이지만 지난 8월 18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약 40% 떨어진 수준이다.

국내 정유업계도 4분기에는 3분기와 달리 실적 하락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508억 원으로, 직전 분기(1조5631억 원) 대비 51.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8589억 원에서 4742억 원으로 44.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실적 하락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난 3분기는 반짝 반등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지난 2분기에도 어려움을 겪다가 3분기 유가 상승분이 반영돼 높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 변동에 따른 실적 등락은 정유업의 고유 특성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등락에는 글로벌 경제 상황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고, 정유사 실적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정유업 특성으로 볼 수 있으며, 신사업 투자 등으로 추가적인 수익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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