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출생 오너家 3·4·5세, 경영 일선에 등장…세대교체 바람
젊고 글로벌 감각 뛰어나 혁신 기대…실력 입증 '부담'도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갑진년 (甲辰年) 새해는 80년대생 경영인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최근 80년대 출생 40대 초반·30대 후반의 젊은 경영인들이 그룹의 중책을 맡는 자리에 속속 앉으면서 재계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오너가(家) 3·4·5세들인 이들은 젊은 감각으로 회사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사진=HD현대 제공


2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요 그룹은 80년대 생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속속 등장하며 세대 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 HD현대·한화·코오롱·삼양…세대교체 본격 준비

우선 정기선(82년생) HD현대 부회장이 눈에 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지난 11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그룹은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988년 현대중공업 회장에서 물러나 정치활동을 본격화한 뒤로 30년 넘게 전문경영인체제로 유지됐다. 정기선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향후 승계를 통한 오너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내년도 HD현대의 여성 채용 비율을 기존의 두 배로 높이고 자녀돌봄휴직을 신설하는 등 선진적 사내 문화 구축에 나서 눈길을 끈다.

한화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83년생) 한화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승진한 김 부회장은 지난 1년 여 기간 회사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방산 부문을 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통합했고, 한화솔루션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으로 기존 사업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도 적극 나서 부친의 승부사 기질을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회갤러리아 부사장 등도 고속 승진을 통해 중역에 앉는 등 한화그룹은 후계 작업을 착실히 진행 중이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 한화그룹 제공


이규호(84년생)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도 최근 승진한 대표적인 80년대 생이다. 오너가 4세인 그는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후계 과정을 거치게 됐다.

이달 초 승진한 김건호(83년생) 삼양홀딩스 사장도 있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그룹에서 전략총괄을 담당해 앞으로 그룹의 성장전략과 재무를 책임지게 됐다.

사장급은 아니지만 최근 승진한 신유열(86년생) 롯데 전무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 3세이자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그는 이번 승진으로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하게 된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에서 신설한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직접 짜고 바이오사업 경영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신 전무는 최근들어 신 회장의 국내외 출장 때 동행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쯤 한국 국적을 회복해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 기회 또는 시험무대…능력 입증하고 리더십 다져야

재벌 총수의 후계 세대교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80년대생 오너경영인들의 등장은 새해부터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코오롱 제공

최근 재계 분위기는 아무리 오너가 후계자라고 하더라도 경영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어 이들은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됐다.

특히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는 지분 보유가 절대적이지만 능력을 입증해야만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지분도 따라오는 구도를 구상하는 재벌그룹이 많아지면서 이들은 내년도 업무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80년대생 오너경영인들이 젊은 나이와 해외 학습 경험 등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트랜드에 밝다는 점을 경영 일선에서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오너가 3~5세로의 승계를 위해 적절한 연령이 오면 세대교체에 힘을 주는 분위기"라며 "신사업 추진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만큼 기업 혁신을 이끄는 변화를 다양하게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