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정부가 도시정비사업 초기 걸림돌로 꼽히는 안전진단을 한층 더 완화할 태세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의도인데 당장 공급량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6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정비사업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장관은 "부동산 PF 연착륙 등 불안요인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 옵션이 제공되도록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비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 방법 중 하나로 정비사업 초기에 실시하는 안전진단 완화가 꼽히고 있다. 현재 정비사업은 위험한 건물이라는 평가가 나와야 정비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도로를 비롯한 기반시설 정비를 목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띠는 재개발은 노후도 조건(30년 이상 건축물 연면적 기준 6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또 아파트 재건축은 안전진단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다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를 '위험도'에서 '노후도'로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30년 등 특정 연한 이상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비사업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70만호 주택공급을 약속한만큼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위해 대표적인 정비사업 초기 규제인 안전진단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아예 안전진단이라는 규제를 폐지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1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인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는 사실상 폐지한 바 있다.
정비사업을 염두하고 있는 주민들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안전진단은 주택 소유자들이 돈을 모아 검사를 받는 방식이다. 재건축의 경우 탈락하면 회당 1~2억 원에 달하는 안전진단 비용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이로 인해 안전진단이 주민들의 정비사업 의욕을 떨어트리는 장애물로 작용된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로서는 안전진단 기준 변경은 환영할 일이지만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당장 공급량이 늘어날 지는 미지수다. 안전진단을 완화하더라도 사업이 당장 시작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해당 사업지의 사업성, 자금여력 등이 충족돼야 사업을 착수할 수 있다. 현재 고금리에 부동산 침체기인 상황에서 사업성이 좋은 곳이 아니면 당장 정비사업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착수기준 변경에 대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가 주요 정책목표인 상황에서 충분히 제시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정비사업의 착수기준을 변경한다는 것은 결국 인허가 단계를 완화한다는 내용에 그치기에 지금보다는 미래에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안전진단 등 인허가가 수월해진다고 정비사업이 잘 진행될 거라는 예상은 잘못됐다는 반론도 있다. 현재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는 사업지가 늘어나는만큼 사업이 멈추지 않도록 사업성을 높여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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