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DMZ 지뢰 도발에 이어 20일에도 서부전선에서 우리 쪽으로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3시52분과 4시12분경 서부전선 육군 28사단 일대에 2차례 걸쳐 화력 도발을 벌이면서 “48시간 내 대북 확성기를 철수하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이 21일 오후5시를 기해 '완전 무장한 전시상태'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우리 군은 합동참모본부 명의로 북 측 총참모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군은 첫 화력도발 때 14.5㎜ 고사포를 1발 발사한 뒤 2차 도발 때는 직사화기 76.2㎜ 수 발을 발사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에 대해 포탄을 쏜 사실을 부인하고, 남 측이 오히려 군사도발을 먼저 강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까지 긴급 소집했다.
북한이 DMZ에서 지뢰에 이어 포탄으로 연거푸 도발을 이어가는 것은 휴전선 인근 군단에서 일삼는 ‘망원 전술’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휴전선 인근 군단에서는 늘상 망원경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에도 남남갈등이 일어나야 하는데 지뢰 도발 이후 그런 조짐이 안 보이자 더 센 도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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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군이 20일 오후 서부전선에서 우리 군을 향해 포격 도발해 우리군이 대응 포격을 했다.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은 로켓포로 군 관계자를 통해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군이 사용중인 122mm 방사로켓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번에 목함지뢰 폭발로 우리 군인 두명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자 여야 정치권과 모든 국민이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했다. 이로 인해 11년만에 대북 확성기방송이 재개됐고, 대북 방송이 재개된 지 11일째 되는 날 북한은 서부전선 대북 확성기가 있는 우리 부대와 민통선 마을 쪽을 포격했다.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이 북한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동안 북한 당국이 군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미국과 한국의 경제 봉쇄로 힘들어졌으니 전쟁 열의를 고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온허위선전에 치명타를 주는 것이므로 북 측은 확성기방송에 무척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선제 도발을 부인하는 북한이 우리 측 무력대응을 받은 뒤 발뺌하는 것은 남한과 북한 주민 모두를 기만하는 것으로 북한이 주로 사용하는 전술로 우리 군은 판단하고 있다.
남한 주민에게는 “한국이 먼저 도발했다”는 말로 갈등을 조장시키고, 북한 군인과 주민에게도 “남한이 북한을 무력으로 침공하려고 한다”고 선전해 북한 군의 전쟁의지를 고취시키고 주민들을 결집시키는 것이다. 과거 천안함 폭침 사건을 보듯이 북한은 때만 되면 자신들의 도발을 감추는 전략으로 남한에 무력 도발을 일삼아왔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있을 때마다 도발하는 패턴도 고착화될 조짐이다. 북한은 지난 3월2일과 3일 키리졸브 훈련과 우리 군의 독수리훈련에 맞춰 이틀간 단거리미사일 5발을 서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번에도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연습을 하는 시기에 맞춰 북한 군을 선동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지역 내 우리 국민이 방문해 있을 때 무력 도발을 하는 행태도 재현됐다. 현재 개성공단은 물론 북한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 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만 우리 국민 84명이 체류 중이다.
이번 북한의 화력 도발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발표가 있던 날에 맞춰졌다. 이와 관련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중국과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중관계가 밀착되는 것을 우려해 중국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돌리기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이번에 최소한 국지전까지 벌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내일 오후5시 이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장관이 언급한 22일 오후5시는 앞서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주장하며 제시한 48시간을 가리킨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할 것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 군에 보낸 바 있다.
한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북한 도발은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주재할 만큼 한반도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