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배터리 3사 "美, FEOC 규정 완화해달라" 의견서 제출
일부 광물, 당장 요건 맞추기 어려워…공급망 다변화 '시급'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핵심광물의 탈(脫) 중국과 함께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다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해외우려기관(FEOC) 배제 조치에 따라 핵심광물의 중국산 배제 효력이 일괄 적용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는 IRA의 광물 요건을 현재로선 충족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미국 정부에 한시적 유예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 아이오닉5 전기차./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중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IRA 보조금 혜택을 받게 해 달라고 미 정부에 건의했다.

국내 기업들 및 한국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 국세청의 해외우려기관(FEOC) 가이던스에 대해 "핵심 광물의 공급망에서 FEOC를 즉시 제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IRA는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제조·조립된 전기차·배터리에만 차량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구체적으로는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 사용 시 3750달러를 지급한다.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적용이 시작됐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적용된다. 

FEOC에서 조달한 광물·부품을 쓰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데, 문제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말 중국에 있는 사실상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하면서 규정이 지나치게 타이트해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 지분 25% 이상이 들어간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합작회사도 FEOC로 규정해 중국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제품은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문제는 광물의 경우 대부분 중국 의존도가 높아 당장 공급처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의견서에서 중국이 2022년 전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을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현대차는 이밖에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가치의 10% 이하 가치를 지닌 광물은 FEOC 적용을 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망간, 흑연 등 핵심광물 외에도 수많은 광물이 미세하게 첨가된다. 전체 가치에서 1%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는 광물도 상당수이므로 모든 광물에 FEOC를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또 원산지 자체가 추적 불가능해 FEOC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는 핵심광물 명단도 신속히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예외 없이는 대다수의 전기차 소비자들이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업계도 비슷한 제안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배터리 업계는 흑연 등 일부 핵심광물에 대한 FEOC 규정을 2년 유예하고, 총 가치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핵심 광물은 FEOC 규정에서 제외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소위 '저가치 광물'로 불리는 10% 미만 광물은 코발트, 지르코늄, 텅스텐, 이트륨, 티타늄, 흑연, 형석을 뜻한다.

   
▲ 흑연 모습./사진=LX인터네셔널 홈페이지 캡처


한국 정부도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업계에 힘을 보탰다.

한국 정부는 FEOC 규정을 기업들이 이해하기 쉽게 더 명확하게 해달라고 했으며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기업들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와 배터리 업계의 이 같은 호소는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 전략에 따라 생산기지를 북미에 두고 광물 공급처를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점령한 일부 광물 시장은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고민에서 나왔다.

중국은 반도체·배터리 재료로 쓰이는 광물이 매우 풍부하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별 중국 의존도는 흑연 70%, 망간 95%, 코발트 73%, 리튬 67%, 니켈 63% 등에 달한다.

업계는 리튬의 경우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정광 채굴권을 사들이는 등 탈중국 출구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는 니켈 등을 공급받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흑연 등 일부 광물은 대안이 없다는 판단 하에 미국에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내년부터 IRA 핵심광물 보조금 규정이 시행되는데, 업계에서는 광물 공급망 변화를 위해서는 최소 3~4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전략에 맞춰 생산 계획을 짜고 있지만 FEOC 가이던스를 완전히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다"라며 "미국이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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