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제히 실적부진…석화 불황 장기화
신사업 강화·한계사업 투자 줄이기 '투트랙'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을 뚫기 위해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산업에 대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화학 내재화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신사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체들은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5.1% 줄어든 2조5292억 원을 기록했고, 금호석유화학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5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7%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동 기간 영업손실 301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봤다.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은 한화솔루션도 증권가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7337억 원으로 전년비 24.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 하락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공급 과잉과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를 뺀 가격) 약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친환경 소재, 신약을 3대 신성장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린라텍스, 탄소나노튜브(CNT),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도 강화하며 전남 여수의 제2에너지 사업장에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S)의 핵심 설비인 이산화탄소 포집 및 액화 플랜트를 짓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 관련업·소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외에 생산 시설 증설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신소재 사업 중 하나인 태양광 사업 비중을 더욱 키우기 위해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기지 '솔라 허브'를 구축 중이다.

한편 범용 플라스틱 위주의 한계사업은 투자를 줄이거나 신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등에 대한 투자를 연기하며 업황을 체크하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울산 폐PET 해중합 시설 투자 종료일을 올해 6월에서 2027년 12월로 변경하는 등 신사업에 무게를 주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최근 고순도 크레졸(Cresol) 시설 신규 투자 계획을 연기했다. 고순도 크레졸은 헬스케어·플라스틱 첨가제 등의 원료로 대표적인 부가가치 소재다.

한화솔루션의 고순도 크레졸 사업 연기는 두 번째로, 경영환경 변화와 연구개발·설비 보완을 이유로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수요가 점차 살아나고 있지만 중국의 생산 역량이 올라갔고 무엇보다도 그간 누적된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석화사업보다는 신사업 중심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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