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도발 '유감' 표명…무박 4일 마라톤 회담 남북관계 새 물꼬
   
▲ 일촉즉발의 최고조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던 남북 최고위접촉이 25일 새벽 '무박 4일' 마라톤 협상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끝이 났다. 북한의 유감 표명을 포함한 남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뚝심'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브레인'이 환상의 콤비를 이룬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사진=통일부 제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촉즉발의 최고조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던 남북 최고위접촉이 25일 새벽 ‘무박 4일’ 마라톤 협상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끝이 났다.

장장 43시간동안 이어진 협상에서 우리 측은 이번 사태의 발단인 지뢰도발에 대한 북 측의 ‘유감 표명’과 함께 빠른 시일 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을 이어나가기로 하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 우리 측이 이날 정오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대신, 북 측도 동시에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상봉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9월 초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기로 했다.

아울러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DMZ에 매설된 목함지뢰에 우리 군 부사관 2명의 다리가 절단된 사태가 이번 한반도 위기 상황을 불러왔고, 남북 양측은 팽팽한 전력 대치로 맞서면서도 전격적으로 대화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지난 나흘은 숨가쁜 시간이었다.

이런 가운데 북 측이 우리 군 부사관이 입은 피해 상황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지가 주목됐지만 유감 표명으로 합의됐다. 당초 우리 측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과거 수많은 도발을 자행한 북한의 태도를 비춰볼 때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격 사실을 전면 부인한 상황에서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여온 북한이 유감 표명을 한 것은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한 첫 성과로 꼽힌다.

또한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관계 속에서 전격적으로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하고 당국 회담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도 반전의 성과이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시작된 이번 한반도 위기는 북한이 전례없이 서부전선에서 포격도발을 자행하면서 이어졌고, 남북 양측의 전력 대치 상황까지 불렀다.

북한 잠수함의 70%가 기지에서 이탈해 한미 감시망을 벗어난 데다 북한은 공기부양정 20척을 서해에 전진 배치시켰다. 급기야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자체 핵심 3대 침투전력을 총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때부터도 정부는 일관된 대응 원칙을 지켜나갔다. 지난 4일 목함지뢰 도발에 단호한 대응 조치로 11년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번에 우리 두 젊은이들의 큰 희생을 감안해 정치권과 온 국민이 분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이 한국과 공조해 22일 한반도 상공에서 전투기 8대로 연합 전투비행훈련을 실시하는 무력시위를 벌이고, 중국이 북중 국경지대에 장갑차 등 군 병력을 집결시킨 것도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쌓아온 외교력의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번에 당초 북한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우리 측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을 제의한 것을 우리가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을 포함시키는 ‘2+2 회담’을 역제안 한 것도 호평받는 일 중의 하나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김 실장이 특유의 뚝심으로 회담을 주도하고, 통일·외교 분야의 전문가인 홍 장관의 브레인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김양건 당 비서는 노련한 협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달변인 홍 장관이 북 측의 부당함을 주장하자 북 측 대표단이 당혹스러워할 만큼 공격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남북 합의의 성과는 그동안 북한이 반복해온 ‘도발→위기 조성→타협→보상→재도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데 있다.

합의문 3항에서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대목은 일종의 조건부로 우리 군은 방송은 중단하되 철거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15일만에 중단을 결정했지만 앞으로 북한이 무모한 도발로 한반도에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들 경우 가차없이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 이번 남북 합의에서 가장 큰 성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