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양 사 합병까지 미국 법무부(DOJ)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가운데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 탄생에 따른 LCC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지난 1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시정조치의 이행을 경쟁당국으로부터 확인받은 후 거래 종결이 이뤄지는 형태다.

대한항공은 합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과 독점 논란이 불거진 유럽 노선 등을 국내 LCC에 양도할 계획이다. 양 사 합병과 관련해 EC가 화물과 여객 사업에 대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지난해 EC는 양 사의 합병에 따른 유럽 화물 노선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과 바르셀로나·로마·프랑크푸르트·파리 등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 반납을 골자로 하는 시정조치안을 EU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상 가장 어려운 관문이었던 EU의 승인을 받아낸 만큼 업계에서는 미국 당국의 심사도 수월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가 캐리어 탄생이 임박한 가운데 이에 따른 LCC 업계의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LCC 업체들간 1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승인까지 떨어지면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사를 결합한 메가 LCC를 출범할 계획이다. 이 규모는 현 아시아나항공에 근접한 수준으로 현재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보다 규모가 커지게 된다.

3사 통합 기체 수는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4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57대로 제주항공의 기체 수(42대)를 넘어선다. 현 아시아나항공(70대) 수준에 버금가는 규모로 탄생하는 통합 LCC의 등장으로 LCC 경쟁 판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여부도 업계 지형을 뒤바꿀 변수다. 어떤 항공사가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LCC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인수 가격은 약 5000억~7000억 원이며, 인수 시 떠안아야 하는 부채는 약 1조~1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에는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제주항공 등 4곳이 후보로 거론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제주항공이 화물사업 인수에 성공한다면 현재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기반을 다질 수 있지만, 다른 항공사가 화물사업을 인수한다면 업계 판도는 뒤집힐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이번 합병 과정을 계기로 유럽 노선 확대를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등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EU에 반납하는 운수권과 슬롯을 넘겨받아 본격 장거리 운항에 나선다.

LCC 업계가 대형항공사(FSC)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유럽, 미주 노선에 뛰어들고 화물운송사업도 확장하면서 LCC 업계 순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계기로 국내 항공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면서 "LCC들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