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북한 대남노선 전환 평가 및 대응 방안’ 포럼서 제시
“북핵억제 중요 시점, 중국 포함 국제사회에 위험성 적극 알려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한에 대해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이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지하드 식 테러를 벌이거나, 최악의 경우 남한 원전시설에 대해 전술핵 테러를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14일 통일연구원의 ‘북한 대남노선 전환 평가 및 대응 방안’ 포럼에서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고려연방제 및 통일전선은 포기하되 핵무력을 활용한 무력통일노선 방안은 살아있는 것”이라며 “김여정 부부장이 2021년 8월 담화에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자’고 했다.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고 체제경쟁 실패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남북관계를 교전국 관계로 전환했으니까 향후 예상되는 행보는 군사적 긴장고조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군량미까지 풀어야 할 상황에서 원점이 분명한 도발은 안 할 것이고, 군사적 피로감을 증대시켜서 그 책임을 윤석열정부에 전가시키는 정책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북한이 그동안 활용했던 고정간첩이나 남한 내 북한 지지세력을 전시에 맞게 활동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판 지하드 테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북한이 대남기구를 폐지한 대신 정찰총국을 강화시켜서 대남 군사첩보 수집, 무장간첩 남파도 예상된다. 남한 내 친북단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도 “남한 내 북한과 직접 연계된 세력도 있을 수 있고, 북한에 동조하는 일부 세력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테러를 저질렀을 경우 북한과 연계 사실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조 위원은 “워싱턴 정가에서 핵군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으므로 핵군축론을 막되 그것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자체 핵무장론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사용해서 우리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극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통일연구원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일정책포럼 '북한 대남노선 전환 평가 및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2.14./사진=통일연구원

아울러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신냉전 외교’를 추구하는 한편, 미국에 대해선 자극은 자제하고 일본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북한의 신냉전 전략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북한이 외교안보전략의 4.0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 새로운 전략의 세 가지 핵심사업은 ▲한반도 전쟁 위기론 확산 ▲중러북 연대 강화 ▲핵보유국 지위 확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공세적 대남 태도에 대해 “기존 점진적 강압 증가 형태에서 묵시적 선전포고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실장은 “북한이 구사할 수 있는 군사도발과 관련해 최악의 경우 남한 원전시설에 대한 핵테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고려할 수 있는 군사전략에 대해 ▲핵강압을 통한 대남 제압 및 내부통제 ▲실제 핵무기 활용 ▲남한에 핵무기 배치를 상정한 공포의 핵균형 실행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북한이 실제로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우리가 예상해볼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남한 원전시설에 대한 핵테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2013년 열병식에서 보여준 핵배낭을 볼 때 아마 전술핵엔 소규모 테러용 전술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인이 23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 무력통일에 대한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도 평화통일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북핵 억제가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지금을 ‘북한의 외교안보전략 4.0 시대’라고 정의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75년간 외교안보 역사를 볼 때 1950년대 냉전 초기 전쟁을 결정했고, 1960년대 중·소 갈등 시대에 등거리 외교전략을 폈으며, 1990년 탈냉전 초기 핵무기 개발이라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등 항상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 다극화 시대를 맞아서 네 번째 외교안보전략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지금 전략이 지속되는 기간은 미중관계 변화나 러북관계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북한의 전략이 바뀔 수 있는 계기도 강대국들의 대북정책 및 한반도정책에 따라 촉발될 것”이라면서 “가령 미국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해서 미국과 북한 관계에 변화가 있거나 미국과 러시아 관계에서 변화가 생긴다면 북한의 전략은 언제든지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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