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SDI 공장 방문해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 주문
3사 모두 대규모 설비투자…북미 중심·중국 견제 '두 마리 토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물량만 놓고 봤을 때 성장세가 심상치 않은 중국을 따돌리고 글로벌 탑티어로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업황과 상관없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말레이시아 소름반에 있는 삼성SDI 공장을 방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삼성SDI 생산법인 1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시설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SDI는 말레이시아에서 2012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현재 1공장을 가동 중이다. 2공장은 1조7000억 원을 들여 건설 중이며, 완공되면 수요가 급증한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에 비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차세대 배터리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인상을 보였던 삼성SDI의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SDI는 올해 6~7조 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설비 증설에 투자한다.

지난해에는 연간 5조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3분기에만 설비투자에 2조4397억 원(배터리 2조3967억 원·전자재료 430억 원)을 투입했으며, 연구개발로 8364억 원을 집행했다.

삼성SDI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으로 향해 있다. 현재 1조6313억원을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스텔란티스 2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 건설도 앞두고 있다.

또한 헝가리·말레이시아 등 해외 공장 증설도 예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약 10조9000억 원을 설비투자에 사용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회사채 단일 발행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조6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 규모를 확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자금을 글로벌 설비 투자에 사용한다. 양극재 구매에 3200억 원, 합작법인 투자에 1조2800억 원이 배분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에서만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공장 3곳을 비롯해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합작공장 및 미시간, 애리조나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ESS) 단독공장 등 8개의 생산시설을 운영·건설 중이다.

SK온은 올해 7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집행이 예정된 전체 설비투자 금액 9조 원 중 약 7조5000억 원을 배터리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SK온의 투자도 주로 미국을 향하고 있다. SK온은 북미에 조지아 1·2 단독공장을 비롯해 포드·현대차와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며 신규설비 신·증설에 집중하고 있다.

북미 외에도 올 상반기 헝가리 3공장과 중국 옌청 공장의 증설을 완료하고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K-배터리 3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시장 침체와 무관하게 생산능력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대세는 변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지난해 급성장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경쟁 우위를 되찾고 향후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조사 기관들은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 투자가 경쟁력 확보와 매출 신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