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확인서에 '육아와 업무 병행 가능' 기재…"육아휴직 사후지급금 받기 어려워져"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2021년생, 2023년생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하나투어 본사에 재직 중이던 그는 출산·육아 휴직 제도로 그동안은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복직 후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양육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해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회사에선 육아와 업무 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와 관련된 서류 발급을 거부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육아휴직 후 하나투어를 퇴사한 직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리면서다. 이에 하나투어가 의도적으로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 급여의 75%를 휴직 중에 지급하고 복직 후 나머지 25%를 지급하는 제도다. 육아휴직 후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많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용보호법 시행령 제5장 95조4항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의 75% 외 나머지 금액(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해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경우에 합산해 일시불로 지급된다. 

단,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로 이직(離職)하는 경우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지 못하더라도 그 나머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고용보호법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 사유'에는 만 8세 이하 자녀의 육아로 업무가 어려운 경우로서 사업주가 휴가나 휴직을 허용하지 않아 이직한 경우가 해당된다. 이외 △비자발적 퇴사 △사업장 폐쇄 또는 파산 △사업상 필요 또는 어려움으로 인한 인력 감축에 따른 퇴사 △계약기간 만료 △임신 △출산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출생한 자녀와 두 살 첫째 자녀를 양육하는 A씨의 경우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사후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다. 

A씨는 사후지급금을 받기 위한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 사업주용'을 회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사후지급금을 받기 힘든 확인서를 내놓았다. 하나투어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하나투어는 퇴사 확인서의 '소관업무 성격상 육아와 병행이 가능한 지 여부' 항목에 '가능함'으로 표기했다. 육아와 업무의 병행이 불가능해 퇴사한다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은 것이다. 

해당 항목은 사후지급금 수령 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데 있어 주요한 내용으로 이 항목에서 육아와 업무 병행이 가능하다고 기재되면 '육아로 인한 퇴직' 심사를 받기 어려워진다. A씨는 회사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업무를 육아와 병행하려면 주변에 아이를 돌봐줄 조부모님이 계시거나 시터를 고용해야 한다"며 "조부모님이 육아를 도와줄 수 없고 시터를 고용할 경우 월급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 하나투어가 육아휴직 후 육아와 업무 병행이 불가능해 퇴직한 직원에게 발급한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사진=하나투어 퇴직자 제공


하나투어는 과거에도 이와 같은 사례를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정규직 근로자 수 1132명 중 여성 근로자는 반 이상에 해당하는 600명이다. 

A씨는 "하나투어로부터 '모든 조직의 업무는 육아 병행이 가능하며 과거 동일한 사유로 퇴사한 직원이 확인서를 요청했을 때도 동일한 답변으로 기재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투어는) 육아를 돌봐 줄 주변인이 없고 회사와 거주지 거리로 인해 육아 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소관 업무와 별개인 사항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 확인서’의 기재 내용이 허위나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고용법 제73조, 제74조, 제77조, 제62조제2항 및 제116조제2항 등에 따라 사업주 및 근로자 모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하나투어 측은 A씨의 상황이 업무와 육아 병행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감사 시 혹시 모를 회사의 불이익을 차단했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육아와 병행해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다수 있기에 회사는 해당 업무가 육아와 병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부정급여 논란이 있을 수 있기에 고용노동부에서 요구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퇴사 확인서에 사실을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측은 회사 측 판단 여부가 결정에 크게 좌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 모성보호제도 관계자는 "고용보험 상실코드 중 '육아로 인한 퇴직'에 해당하는 코드는 별도로 없기 때문에 서류를 제출해서 담당자에게 심사를 받아야 하며 서류의 내용이 중요해진다"며 "회사에서 이미 정당한 내용이라고 판단한 경우 퇴사 확인서의 내용을 바꾸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판단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육아와 업무 병행에 있어 개인 간 상황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회사에서 사후지급금 지급을 위한 서류 심사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좀 과한 조치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사후지급금 제도가 육아휴직 수당의 원래 취지인 '휴직 기간 중 소득 보전'과 맞지 않다고 보고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육아휴직 사후환급금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육아휴직 수당 지급방식을 '일부 차감 및 복직 후 환급'에서 '휴직기간 중 완전 지급'으로 전환하는데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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