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기자] 1조7000억원 공공기여금의 사용을 둘러싸고 빚어진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25일 서울시가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고 발표하자, 유감을 표하며 서울시는 강남구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용역을 뒤 늦게 따라해 예산을 낭비할 게 아니라 영동대로 통합개발에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 공공기여금의 최우선 사용과 탄천 주차장 폐쇄에 따른 대책을 주문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1조7000억 ‘쩐의 전쟁’ 일어나다
강남구청 몫인 공공기여금을 공약사업에 쓰는 서울시
서울시와 강남구청 간에 빚어지고 있는 1조7000억 ‘쩐의 전쟁’은 공공기여금을 둘러싼 갈등이다. 이는 지난 해 9월부터 시작되었다.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 원에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사들이면서, 현대차그룹은 해당 지자체 개발에 공공기여금을 내기로 되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제안한 공공기여금 금액은 1조7000억 원이지만 정확한 금액은 미정이다. 현재 감정 평가 과정을 거쳐 서울시와 협상 진행 중에 있다.
현대차가 서울시에 납부하는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미정)은 원래 강남구의 몫이었다. 기존 법에 따르면 해당 지구단위계획 구역 관할지인 강남구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시는 해당 공공기여금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다른 자치구에서도 균등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국토부에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하였다. 이는 도시관리계획의 설정 권한을 가진자가 공공기여금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으로 법의 일반원칙인 비례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며 현재 국토부에서는 검토중에 있다. (제42조의2: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2항 1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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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본인 공약사업인 국제교류 복합지구 개발에 강남구 한전부지로부터 생긴 공공기여금을 쓴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본인의 치적을 위해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는 설명이다./사진=연합뉴스 |
공공기여란 토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조정 등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 당사자(현대차그룹)가 해당 지구단위계획 구역(강남구)에 기반시설 부지나 설치비용을 제공하도록 해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
현대차그룹 한전부지의 ‘인수 개발’ 허가권자인 서울시가 기반시설이 부족한 타 지역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여금을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기초단체 자치구로 배분하려 해도 법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서울시는 공공기여금 사용 제한이 없도록 정부에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본인 공약사업에 ‘강남구’ 공공기여금 쓰려는 박원순 시장
균형발전, 잠실․삼성 복합지구 개발 명분 내세우는 서울시
문제는 해당 공공기여금이 강남구에서 발생하지만 강남구 뿐 아니라 다른 지역(송파구)에 쓰려고 서울시가 법을 바꾸어가면서까지 이를 관철시키려 함에 따라 강남구가 반발하고 있다. 이것이 자치구(강남구)와 광역단체(서울시) 간에 1조7000억원 ‘쩐의 전쟁’이 벌어진 내막이다.
강남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본인 공약사업인 국제교류 복합지구 개발에 강남구 한전부지로부터 생긴 공공기여금을 쓴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본인의 치적을 위해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계속해서 내세우면서 서울시의 중점사업인 국제교류 복합지구의 종합 개발을 천명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제 업무 및 전시 컨벤션과 같은 MICE 시설을 확충하면서 노후화된 잠실 종합운동장의 각종 경기장을 현대화함을 통해, 해당 지구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다양한 용도로 복합화하면서 서울의 경제도심으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체계적으로, 종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이 내놓는 1조7000억원의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와 송파구가 고루 나누어 써야 한다는 의도에서 법을 바꾸어 가고 강남구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이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갈등은 법정으로 번져가고 있는 양상이다. “법률적 당사자는 서울시”라는 입장과 “명백한 위법행위이며 법적대응 할 것”이라는 강남구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 용역’을 둘러싼 갈등
개발로 피해를 입는 건 강남구민이지만 혜택 또한 입어
본 기사 서두에 언급했던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 용역’을 둘러싼 갈등은 현대차 한전부지 공공기여금 갈등의 연장선이다.
강남구는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영동대로 통합개발에 해당 공공기여금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강남구는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 용역’이 이미 2달 전 강남구가 발주한 건인데, 서울시가 시예산을 낭비해 가며 강남구가 진행 중인 용역을 똑같이 따라하겠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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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와 강남구청 간에 빚어지고 있는 1조7천억 ‘쩐의 전쟁’은 공공기여금을 둘러싼 갈등이다. 이는 지난 해 9월부터 시작되었다.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에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사들이면서, 현대차그룹은 해당 지자체 개발에 공공기여금을 내기로 되었다./사진=연합뉴스 |
제 3자인 다른 이가 보기에 문제의 본질은 하나다. 서울시든 강남구든 돈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 말이다.
강남구는 교통이 혼잡해지고 먼지가 날리는 등 불편이 초래된다는 점을 들어, 한전부지 개발로 피해를 입는 건 강남구민이며 이러한 이유로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정할 때 강남구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규모 개발에 다른 교통 영향을 인정하지만, 한전부지 개발로 인해서 혜택을 누가 보느냐를 따졌을 때 그 혜택에 있어서 강남구민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큰 혜택을 본다고 여기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공공기여금을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은 한전부지 인근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현대차그룹의 프로젝트 진행 등 민간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큰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원만한 사태 해결만이 ‘관’끼리의 충돌에 따른 ‘민간’의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제의 본질, ‘협의의 정치’가 서울시와 강남구청 사이에서 생겨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