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이사회…배상 안건 부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우리은행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에 대한 자율배상에 선제적으로 나선다. 우리은행이 선제적 배상 결정에 나선 것은 판매 잔액이 400억원 수준으로 조 단위로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상 부담이 적어 관련 리스크를 조기에 털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이사회에서 홍콩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배상에 관한 사항을 부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사회 심의와 결의가 마무리되면 배상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이 내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총 배상액 규모는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균 배상 비율을 50%대로 가정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12일 처음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약 43억원 규모의 ELS 고객들을 시작으로 개별적인 배상 비율을 확정해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선제적 배상에 나선 것은 ELS 판매액이 413억원으로 조 단위로 상품을 판매한 다른 은행에 비해 배상 부담이 적은 데다가 선제적 배상에 나설 경우 제재를 감경해주겠다는 당국의 인센티브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자율배상에 따른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에 대해서도 1차적 법률 검토를 마치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도 은행의 선제적 배상에 따른 배임 혐의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용하는 기준에 법률적 근거에 따라 (분쟁조정기준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전날 “금감원에서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처리하자는 건데 왜 배임 이슈가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판매금융사가 투자손실의 최대 100%까지 배상할 수 있다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모두 18조8000억원으로 이 중 올해 15조1000억규모가 만기를 맞는다.

지난달 말 현재 지수(5678포인트)가 유지될 경우 올해 총 손실액은 5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만기액 가운데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조2000억원(87.4%)이다. 손실액의 30~40%를 배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배상금은 약 1조5200원에서 2조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이 선제적 배상에 나서면서 주요 은행들도 이사회에서 ELS 예상 손실 규모와 배상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각 은행의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있어 자연스러운 절차를 거쳐 각 기관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며 밝혔다. 하나은행은 20일 신한‧국민은행은 21일, NH농협은행은 28일 정기 이사회를 연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