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통일정책포럼서 “1단계, 체제 정상화로 재구조화” 제시
“5중고 겪는 북, 70년 역사상 가장 허약하고 위태로운 상황 직면”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김일성 유훈 석판 철거 뒤 후폭풍 주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30년간 최고의 통일법전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에는 반대하지만, 이 통일방안의 3단계 목표를 보다 공세적으로 해석하는 ‘신 3단계 통일추진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이후 대북·통일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통일정책포럼에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통일추진 3단계의 목표를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담긴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3단계 구성을 ‘북한체제 정상화-민주주의 남북연합-자유민주주의 1국가’로 바꿔야 한다”면서 “1단계에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정은이 화해협력을 안 하겠다고 하니 화해협력 대상으로 바꾸는 것부터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령 통일을 결혼에 비유할 때 화해협력은 연애 단계에 해당하는데 연애 대상이 아담과 이브처럼 하나밖에 없는데도 상대가 거부한다면 레짐 체인지까지 가야 한다. 정치적 동질성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남북연합 형성에 구조적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도하에 19일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용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2024.3.20./사진=뉴스1

그러면서 “북한체제 정상화 달성이 통일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므로 북한주민과의 직·간접적 소통이 중요하다. 반통일적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하고, 맞춤형 북한주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참여한 김현욱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장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3단계는 더 이상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서 “연합 단계에서 통일로 가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즉 비정치 분야의 협력이 정치 분야로 파급된다는 기능주의적 접근법은 타당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그는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발했을 경우 한미 양국이 어떻게 할지 기존 작전계획(OPLAN)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개입을 어떻게 할지, 미국이 한국 주도의 개입에 협력할지 등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염두에 둔 한미 간 연합훈련 등을 통해 실질적인 통일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대북제재 지속, 한류 등 정보유입에 의한 민심 약화, 핵기술력 자력 확보 난망, 남한의 정세 주도권 강화로 북한이 ‘5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우리를 민족이 아닌 미국 식민지로 규정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정의해서 핵무력을 동원한 점령 의사를 천명한 것은 5중고에 대한 고육지책”이라며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북한은 민족적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불리하고, 핵무기를 동원한 극단적 강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통일연구원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이후 통일·대북정책 방향'을 주제로 통일정책포럼을 열고 있다. 2024.3.20./사진=통일연구원

그러면서 “지금 북한정권은 70년 역사상 가장 허약하고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80년대 동구권이 무너질 때처럼 국가가 다양한 위기에 봉착하면 국가자원을 과도하게 왜곡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이 지금 이런 현실에 처해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상황을 전략적 호기로 보고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공세적인 전략으로 변화를 촉진시켜야 한다. 대내외에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주도하고 있고, 통일의 방향은 이런 것이란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김일성의 유훈인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하고 유훈을 새긴 석판을 깬 일을 북한주민들이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이다. 통일을 하기 위해 대단결해야 한다던 김일성의 유훈이 파괴된 것에 대해 북한주민들은 아주 혼돈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평양은 마치 폭풍전야처럼 조용하고, 김정은은 통일·민족 포기에 대한 후속 언급없이 ‘지방발전 20×10 정책’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김일성을 파묘한 김정은의 앞날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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