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정부-대통령실, 기존 '2000명 의대 증원' 입장 재확인
2000명 유지한 채 대화 나선 정부, 의대 교수들 대답은 '사직서'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 대정부투쟁 예고…尹 '철회' 결단에 달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현재 2000명에 대해서는 이미 배정이 완료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제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 달라." (3월 27일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 입장)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 의대 교수진 여러분,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주기 바란다." (3월 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5대 상급종합병원(빅 5 병원) 교수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집단 사직에 나선 의대 교수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에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제안하면서도 의료계가 협의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증원 재검토'에 대해 재차 선을 긋고 나서면서, 대화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고 있다. 한번 정한 방침은 바꿀 수 없다는 완고한 이미지가 강화되는건 덤이다.

의대 교수들은 27일까지 사흘째 사직서 제출을 이어가면서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 게임이론), 의대 증원의 딜레마(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동시에 다른 한쪽은 포기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다.

   
▲ 3월 26일 오후 충북 지역 2차 병원인 청주 한국병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제안해 정부가 시작하려는 의-정 대화협의체 또한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 지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교육-의료계 인사들을 만났지만, 이 자리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나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측 교수들은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모두 '2000명 의대 증원' 방침에 재차 쐐기를 박아,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26일 오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이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되면서, 대정부투쟁에 앞장 설 것으로 전망된다. 5월 1일부터 공식 임기라, 당분간 당선인 신분이다.

당장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당선인)은 27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상의해, 비대위를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앞서 임 당선인은 의-정 갈등 초기인 지난달 1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히고 양팔을 붙잡힌채 끌려나갔다.

지난 20일 정부의 의대별 정원 발표 직후, 임 당선인은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면서 강경한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수는 시간이다.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 처분이 잠정 유예되면서부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해 윤 대통령이 수용한 '행정 처분의 유연한 처리'에 대해 현재 당정 협의가 진행 중이다. 향후 단 2주 남은 총선 판세에 따라 당정 협의가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변수는 윤 대통령의 결단이다. 개인으로 이루어져 하나의 뜻으로 모으기 힘든 의료계는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방침이 철회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사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마음을 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의료 행위 자체가 의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에 반하게, 강제로 환자를 고치라고 명령할 수 없다. 칼을 놓은 의사에게 칼을 들라고 명령하더라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윤 대통령이 현실을 받아들여 전향적인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