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 현직 의원 김병욱 vs 당정 권력 등에 업은 김은혜
주민들 "민심 예전만큼 좋지 않다…공약 이행 의지-실행력 문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야당이지만 그래도 다수당인 현직 국회의원이 낫지 않겠어? 김병욱이가 내리 재선도 했고." vs "기왕이면 힘있는 국회의원이 좋을 것 같은데, 대통령과 성남시장까지 한팀이면 지역을 위해 더 좋아보인다."

본보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코 앞에 둔 지난 주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을'(성남분당을) 선거구를 찾아 유권자 민심을 청취한 결과는 매서웠다. 국회의원은 지역주민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30명에 달하는 '성남분당을' 유권자들로부터 들은 주요 이슈는 재건축과 부동산세와 같은 지역 경제 현안 말고도, 교육과 주거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다만 이 성남분당을 주민들의 관심은 재건축과 세금에 다소 쏠린 모양새였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성남분당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왼쪽)가 한 유권자의 말을 듣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성남분당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오른쪽)가 유세 현장에서 정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좌)김병욱 캠프 제공, (우)김은혜 캠프 제공

정자동 한 주상복합에 거주한다는 50대 초반의 여성 주민은 본보의 취재에 "김병욱이가 재선은 했지만 민주당의 부동산 기조가 워낙 집 보유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 민심이 예전만큼 좋진 않은 것 같다"며 "다만 현 여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국회를 또 장악할 것 같아 법을 바꾸기 힘들테니, 여당이더라도 뾰족한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 여성은 이어서 "중요한건 세금과 규제를 때리는 것"이라며 "인근 다른 동네는 재건축이 난리도 아니라고 그러던데 다 부동산 법 규제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 우리 동네는 세금 내느라 허덕이고 나이 많고 은퇴한 분들일수록 보유세 내기 힘들어 하신다"고 전했다.

금곡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초반의 남성 유권자는 본보 취재에 "애 둘을 키우는 애아빠 가장이지만, 요새처럼 숨이 턱턱 막히게 힘들게 사는 적도 없는 것 같다"며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세금 좀 줄여주고 물가도 낮춰주고 사람 살만하게끔 여건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성남분당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의 대형 플래카드가 분당구 정자동 성남대로변 건물에 걸려 있는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김규태 기자

수내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30대 초반의 남성 주민은 본보의 취재에 "아직 결혼하지 못한 나로서는 물가 낮춰주고 재건축 재개발이 쉬워지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공약에 관심이 쏠린다"며 "왜 저같은 젊은이들이 일을 하면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정 꾸리기 망설여하는지 정치인들이 똑바로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자동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는 20대 중반의 여성 주민은 본보의 질문에 "여기 산 지 3년째이지만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다"며 "판교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이 내놓는 정책이나 약속을 보면 하나같이 똑같고 제대로 바꿔주는게 없다, 이번엔 확실히 바꿔줄 만한 사람에게 투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구미동 빌라단지에 산다는 60대 후반의 남성 유권자는 본보 취재에 "내가 여기 산지 20년 넘었지만 이제는 지역 국회의원 공약에 신물이 날 정도"라며 "뭐 하나 제대로 지키고 약속한대로 이행했나 보면 안타까울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건 공약이 아니라 그 공약을 이행할 의지와 실행력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재건축이든 세금이든 이 동네 핵심은 부동산인데, 그 부동산 정책에서 누가 말이 되는 말을 하고 누가 힘을 제대로 쏟을지가 내가 후보를 보는 기준"이라고 언급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성남분당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위)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아래)의 공약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두 후보 모두 동네별로 다른 세부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규태 기자

성남분당을에서 3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는 '강남을 뛰어넘는 재건축 특별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현 21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 위원이자 예결특위 위원인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성남분당갑에 출마해 현직 의원이던 김병관 후보를 꺾은 유일한 야당후보였던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집권여당 의원의 힘과 용산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대통령 최측근으로서의 힘을 묶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국을 뒤져봐도 성남분당을은 10대 접전지에 꼽힐 정도로 막상막하의 혼전을 연출하고 있다.

누가 분당을 주민의 선택을 받아 재건축과 세금이라는 현안을 잘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