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회 남북행사 참여…리선권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
‘대통령 표창’ 등 9건 포상 받아…탈북민 후원과 기부 활동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기자실은 저한테 전부였습니다.” 38년간 통일부에 재직하면서 25년간 기자실장으로서 남북회담사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허희옥(58) 통일부 기자실이 통일부를 떠났다.

2012년 암 판정을 받은데 이어 몇 해 전 다시 암이 재발하면서 투병 중에도 기자실을 지켜왔으나 지난 3일 끝내 사직했다.

허 실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 6층 통일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이 마련한 송별 자리에서 “근무하면서 너무 재미있었고 다른 걸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기자실이 많이 소중했던 것 같다”면서 “좋게 나갔으면 좋았을텐데 몸이 안 좋은 상태로 나가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서울정부종합청사 6층 통일부 기자실장석에 보관돼 있는 2006, 2011, 2013, 2014, 2015년 기자들과 함께 방문한 판문점에서 찍은 사진./사진=통일부 제공

허 실장은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정말 진심을 다해 기자들을 사랑하고 좋아했다”며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허 실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여회에 달하는 남북 간 대화 및 행사 운영을 수행했다. 남북회담본부와 판문점은 물론 평양과 개성, 금강산 등 남북한 곳곳에서 펼쳐진 역사적인 현장마다 늘 그녀가 있었다.

또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갑작스럽게 방남했을 때 긴급하게 풀취재 기자단을 구성하고, 프레스센터를 설치·운영하는 것도 허 실장의 중요한 임무였다. 

2000년 김용순 대남특사의 방남, 2007년 김양건 대남특사의 방남,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측 고위급 3인방’이라 불렸던 최룡해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시 당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이 대표적이다.

2018년 평양에서 열린 10.4 선언 11주년 기념 ‘평양 민족통일대회’ 행사 때엔 우리측의 유일한 취재지원인력으로 현장에서 대규모 남북행사에 대한 언론보도 활동을 차질없이 지원했다. 당시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이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이라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실장은 공무원 본연의 임무에서도 평가받았다. 재직기간 대통령 표창 1회, 국무총리 표창 1회, 장관급 표창 5회 등 정책소통과 여성공무원 권익 향상 등 공로로 총 9건의 포상을 받았다.

   
▲ 허희옥 통일부 기자실장이 서울정부종합청사 7층에서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통일부 제공

이밖에 개인적으로 탈북민 후원과 기부 등의 활동을 해온 게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이날 허 실장에게 전달한 감사패에서 “통일부 기자실은 곧 실장님이었고, 실장님이 곧 통일부 기자실이었습니다”라며 “당신이 안 계신 허전함과 아쉬움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라고 이별의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기자단은 또 “25년을 한결같이 있어주신 실장님께 마음을 모아 건강을 기원합니다”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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