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에 본토 첫공격 받은 이스라엘, 바이든 만류에도 반격 미지수
안보리서도 ‘격돌’, “나치정권과 다를 바 없어”…“자위권 행사 정당”
외교부, 재외국민보호대책반 가동…교민 500여명 안전비상망 가동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하는 사상 초유의 침공을 벌인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확전을 막기 위해 전방위 외교에 나섰다. 하지만 15일 현재 이스라엘의 반격이 예상되면서 45년만의 ‘그림자 전쟁’이 끝나고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지 긴장이 고조지고 있다.

2주 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공습을 예고한 이란은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이스라엘 북부와 남부 등에 300여기의 자폭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지휘관을 제거한지 12일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 계기 양국이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후 처음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의 드론 170여기, 탄도미사일 120여기, 순항미사일 30여기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당시 이스라엘에 공습사이렌이 울리면서 아이언돔을 비롯한 다층 방공망으로 자국을 공격한 드론과 미사일의 99%를 격추했다. 미국은 사전에 구축함 2척을 이스라엘 인근에 비치하는 등 역내 병력을 보강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보복공격에 대비해왔다. 이스라엘군은 남부 군기지가 약간 파괴되고, 어린이 한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 우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란의 공격은 대부분 실패했고, 이스라엘은 우월한 군사력을 입증했다. 승리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14일 화상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열어 이번 중동 사태를 논의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의 직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전례 없는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면서 “모든 당사자는 자제해야 한다. 즉각적인 휴전을 통해 가자지구의 위기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 이스라엘의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이 예루살렘 상공에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2024.4.14./사진=이스라엘 정부 X 동영상 화면 캡처

미국 백악관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했다”며 “정상들은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고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G7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엑스에서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침공을 받은 직후 전시내각을 구성하고 대응 방안이 논의했다. 

이제 사태의 확산 여부는 이스라엘의 선택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15일 반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어 중동의 전운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날까지 모든 학교의 문을 닫고, 1000명 이상 모이는 대중집회를 금지했다.
 
하지만 최대 우방인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에 재보복을 감행하는 것도 이스라엘에 적잖은 부담이다. NYT는 2명의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이후 보복공격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시각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결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도 14일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국제법에 따른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란은 중동지역 간장을 고조시키거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의 안보리 회의는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소집됐다. 안보리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이스라엘 정권의 추가 군사도발에 대해 경고한다. 이란은 국민과 국가안보, 주권,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단호한 결의를 갖고 있다”며 으름장도 놓았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안보리에서 “오늘날 이란 정권은 나치정권과 다를 바 없다. 급진 시아파 정권인 이란의 군대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혁명수비대(IRGC) 외 야만적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포함한다”면서 “안보리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스냅백 매커니즘을 작동해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정부는 14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고 당사국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현지 시각으로 4월 13일에 발생한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정부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우리국민 수는 500여 명으로 파악되며, 우리국민의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가동했다. 홍석인 재외국민보호·영사담당 정부대표 주재로 회의를 열어 현지 체류 국민 안전 강화 조치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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