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삼성전자에 64억 달러 보조금 지원
삼성전자는 테일러시에 총 170억 달러 투자 화답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9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추가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각)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반도체법에 의거해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9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9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추가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텍사스 첨단 반도체 공장 투자를 위해 반도체법에 의거,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춰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규모와 투자 대상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약 450억 달러(약 62조3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투자 규모의 2배가 넘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의제에 따라 또 한 번의 역사적 투자를 기념하게 됐다”며 “이로써 세계 최첨단 반도체가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함께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2026년부터 4나노미터 및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고, 두 번째 공장은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팹 역시 2027년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게될 보조금은 미국 반도체기업인 인텔(85억 달러·11조8000억 원)과 대만 기업인 TSMC(66억 달러·9조10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액수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기술 패권을 놓고 경쟁이 가열되면서,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의 힘을 기르는 것이 안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핵심 제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특히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반도체법을 입법해 기업 유치에 몰두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미국이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 2위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또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역시 ‘리스크’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이 삼성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미중 전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외교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내에 삼성전자의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수혜를 입겠지만, 이에 따르는 위험 요소 또한 영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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