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고금리 지속에 혼합형금리 요지부동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중동리스크 확대,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판매 중인 혼합(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당분간 요지부동일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15~5.810%를 기록해 금리 상하단이 모두 전주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최근 중동리스크 확대,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판매 중인 혼합(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당분간 요지부동일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이 연 3.49~4.89%,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이 연 3.69~5.70%, 하나은행의 '하나 혼합금리 모기지론'이 연 4.310~5.810%,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3.94%, 농협은행의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이 연 3.15~5.05%를 각각 형성했다. 

급격한 금리인상기에 견줘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졌지만, 대출금리를 높다고 판단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이는 시장 채권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까닭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 AAA,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지난 15일 연 3.864%로 마감했다. 지난 12일 3.828% 대비 약 0.036%포인트(p) 상승했다. 5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3.7%대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지난 11일 연 3.886%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해 5년물 금리 최고치는 지난 2월 14일에 기록한 연 3.951%다. 

5년물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불투명해진 까닭이다. 우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더 지연될 것이라는 평가가 기저에 깔려 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연준의 금리 인하 확률은 20% 아래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겨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던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90.45달러에 마감해 직전 거래일 대비 0.8% 올랐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 거래일보다 0.75% 오른 배럴당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유종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미 연준으로선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다만 변동금리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9%로 전월 대비 0.03%p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4.00% 이후 연이은 하락세다. 

코픽스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SC제일, 한국씨티 등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당장 신규 주담대·전세대출 금리가 일제히 내려가는 만큼, 변동금리를 활용 중인 대출자들로선 희소식이다. 실제 이날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코픽스 변동폭을 반영해 연 3.82~6.777%로 일부 하향 조정됐다.

다만 대외변수 여파로 한국은행이 10연속 기준금리 동결(3.5%)을 내린 만큼, 코픽스 하락세가 거듭될 지 미지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유가가 다시 안정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2.3%로 가는 경로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