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금리인하 시기 지연 가능성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고물가 장기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유가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022년 9월 15일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390.90원을 나타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5원 내린 1390원에 개장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00원을 돌파하며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강도 긴축에 따른 고금리 충격 등 단 세 차례 뿐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은 구두개입을 통해 경계감을 드려냈다. 당국은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환율 움직임과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의 구두 개입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394.5원에 장을 마쳤다.

고환율에 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 수입물가는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잠정)는 137.85로 전월 대비 0.4% 올랐다.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 상승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광산품, 석탄 및 석유제품, 1차 금속제품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가 85.66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 가운데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 국제유가는 더 급등할 수 밖에 없다. 중동 산유국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최고 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CN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아직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준 상태가 아니다”며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금리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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