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배럴당 90달러…중동불안 지속되면 '연내 130달러' 전망도
정유사, 정제마진 개선 효과…석화, 원가 부담 실적 악영향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올해 초부터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가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상반된 영향을 주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실적 상승 효과를 보는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원가부담이 가중돼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확산되면서 원유 공급에 대한 시장 불안이 지속되며 국제유가는 배럴 당 9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정유차에 기름을 저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는 올해 초부터 서서히 오르는 중이었는데,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유가 상승세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연중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 확대 효과를 누리게 되면 실적이 상승할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올해 2월 기준 15달러대까지 올랐다. 2월 이후 4월 현재까지 유가가 계속 상승했기 때문에 정제마진도 계속 상승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4월 유가 하락과 함께 정제마진이 2달러대까지 떨어진 상황과 대조되는 셈이다.

금융가에서는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약 30~50% 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유사들도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수익성에 안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고, 국내 수요 또한 크게 위축되기 때문에 정유 제품 판매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 석유화학 원재료 에틸렌 결정 모습./사진=롯데케미칼 제공


한편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실적이 악화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가중되지만 판가를 함께 올리기 어려워 마진이 줄어든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보면 작년 1분기보다 74.4% 급감한 2021억 원이다.

석유화학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라도 석유화학 제품 판매가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데 이유가 있다. 

나프타를 활용해 만드는 에틸렌은 지난해부터 중국의 생산량 증가로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수요가 위축되면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기름을 정제해 정유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는 정유사와 달리 석유화학 업체들은 플라스틱 등 석유를 원료화한 뒤 만든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판매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렵다.

석화업체 실적 지표 중 하나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가를 뺀 금액)는 이달 평균 톤당 183달러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톤당 300달러)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을 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현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경영 효율화를 진행하면서 국제 정세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며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가 실적에 있어서 대조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지나친 고유가 상황은 모두에게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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