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 급등 물가 상박 압력으로 작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3고(高)’가 민생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데다 중동 사태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 환율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이르면 4분기,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중동지역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환율‧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종가보다 6.8원 내린 1380원에 개장했다.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한때 1400원을 돌파하며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 당국은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환율 움직임과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환율은 1394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가 85.66달러에 마감했다. 

중동 산유국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최고 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국내 수입물가는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잠정)는 137.85로 전월 대비 0.4% 올랐다.

시장에선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8월까지 3%대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유가, 환율 급등으로 기존 전망했던 인플레이션 궤적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기존에는 물가상승률이 3분기 2%대로 낮아진 후 연말 소폭 반등할 것으로 봤는데, 3분기 물가상승률이 좀 더 오르고 4분기에 들어서야 2%대 후반에 안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르면 4분기,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 연구원은 물가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은의 금리 인하는 연내 1회로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융통화위원이 전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가가 다시 안정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반면에 2.3%로 가는 경로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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