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등 입지 좋은 사업장도 시공사 선정 무산
건설사들, 공사비 낮으면 입찰 참여하지 않아
조합, '시공사 교체' 엄두도 못 내…건설사 눈치 봐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주택건설 업황 악화로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꺼려하고 있다. 조합은 새 건설사를 찾기 어렵다보니 시공사 교체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로 인해 조합이 '갑', 건설사 '을'이라는 기존 관계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꺼리고 있다. '시공사 교체'를 사용할 수 없는 조합보다는 건설사가 우위를 차지한 형국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 결과 유찰됐다. 한강변에 위치한 단지임에도 입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합이 내건 공사비는 3.3㎡당 830만 원으로 건설사들의 기대보다 낮은 점이 유찰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합은 재차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공사비는 바뀌지 않았다.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재입찰에 나섰지만 3.3㎡당 805만 원의 기존 공사비를 유지하면서 유찰이 예상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 12차와 신반포 27차도 경쟁입찰이 불발됐다. 

이처럼 서울에서도 입지가 좋은 정비사업장들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맞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다. 수주를 안하면 안했지 손해보는 조건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상위 10개 대형 건설사 중 7곳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0'이다.

읍소를 해서라도 건설사를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조합으로서는 공사비 등으로 건설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 꺼내는 무기인 '시공사 교체'를 사용할 수 없다. 

경기도 남양주 덕소2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 갈등 때문에 시공사 교체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기존 건설사인 라온건설과 3.3㎡당 550만 원으로 공사비 증액에 합의했다. 

서울 내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건설사를 바꾸고 싶어도 새 건설사를 찾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조합이 건설사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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