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이륜차 사고가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기술 개발과 보험 적용을 통해 이륜차 안전과 보험 가입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21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이륜차 안전 제고를 위한 기술개발과 보험 적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이륜차 사고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륜차는 사고 발생 시 자동차에 비해 탑승자 피해가 훨씬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최근 10년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1만5354건(2013년)에서 19만6836건(2022년)으로 8.6% 감소했으나 이륜차 사고 건수는 1만433건(2013년)에서 1만5932건(2022년)으로 52.7% 증가했다.

동기간 전체 등록 차량은 31.5% 증가(2013년 1940만 대 → 2550만 대)했으나 이륜차 신고 대수는 3.8% 증가(2013년 212만 대 → 2022년 220만 대)에 그치고 있어 이륜차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내 이륜차 사고의 도로 교통사고 건수 비중은 8.8%이지만, 사망자 비중은 16.7%에 이른다(2022년 기준).

이처럼 이륜차 사고 피해가 심각한 이유는 탑승자의 신체가 외부에 노출돼 있어 사고 발생 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륜차는 고위험 계약으로 간주돼 보험료가 비싸며, 이는 보험 가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개인용·업무용 의무보험) 가입률이 96.6%인 것에 반해 이륜차보험 가입률은 52.1%에 불과하다. 이륜차보험의 자기신체손해 가입률은 6.6%, 자기차량손해 가입률은 0.2%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륜차 사고 시 탑승자 보호를 위해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후면번호판 단속이 가능한 무인카메라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정부 차원의 헬멧 착용 의무화 및 교통 단속과 함께 민간 차원의 기술 개발 및 보험료 할인 등을 통해 자국의 이륜차 운행 특성 및 도로 사정에 적합한 이륜차 안전대책을 모색하는 사례들이 있다.

영국에서 이륜차용 텔레매틱스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술로 급제동·급가속·과속 등의 주행 습관 모니터링을 통한 피드백 제공뿐만 아니라 도난 방지, 긴급 지원, 유지보수 알림 등에도 사용되며, 많은 보험회사는 텔레매틱스가 장착된 이륜차에 보험료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영국과 유사하게 텔레매틱스를 활용해 이륜차 안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헬멧 착용, 텔레매틱스 장착 및 안전교육 이수 등을 통해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이륜차 운전자들이 자발적인 안전운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승용차의 충돌 경고 시스템 성능에 이륜차 감지 개선을 위한 표준이 포함될 필요성과 ABS 기능이 장착된 이륜차 보급 확대의 필요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헬멧 착용 의무화 및 교통단속시스템 개선 외에는 이륜차 운행 특성 및 환경에 적합한 안전 기술 개발 및 보험 적용 사례가 부족한데 이륜차 안전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이륜차 이용은 대도시에서는 유상운송 용도로 농어촌 지역에서는 개인 이동수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신호위반, 중앙전 침범, 과속, 인도 주행 등 다양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농어촌에서는 고령자들이 농촌, 산간지역을 이동하면서 사고 발생 시 조기 발견이 늦어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이륜차 안전을 위한 기술 적용 사례로는 충남 예산군의 이륜차 사고 자동신고 시스템 시범사업이 있다.

예산군은 고령자의 이륜차에 GPS 기반 센서를 설치해 사고 발생 시 충격량, 기울기,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신속히 조치할 수 있는 '이륜차 사고 자동신고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김규동 연구위원은 "이륜차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들을 보험료 할인에 적용함으로써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이륜차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PS와 조향장치 감지 기술을 이용해 이륜차의 사고상황 및 위험운전(급가속, 급감속, 급앞지르기, 인도주행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이륜차 관제시스템의 효과가 학술적으로 입증된 바 있으며, 이륜차의 신호위반, 역주행, 인도·횡단보도 주행, 과속, 칼치기 등 다양한 안전운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기술들은 유상운송업자 차원에서 라이더들의 안전 운행을 위해 도입할 수 있으며, 보험회사들은 이륜차보험에도 안전운전할인특약을 적용함으로써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의 이륜차 운전자 안전교육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보험회사 차원에서 안전교육 과정을 개설하거나 관련 과정을 이수한 운전자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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