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대출금리 크게 떨어지지 않을 듯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해 들어 상승세가 주춤했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꿈틀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국내 은행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4% 재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 올해 들어 상승세가 주춤했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꿈틀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연 3.22~5.62%로 지난달 29일 연 3.08~5.34%와 비교해 상단은 0.28%포인트, 하단은 0.11%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준거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같은 날 기준 3.908%로 이달 초(3.737%)와 비교해 0.171%포인트 올랐다. 작년 12월 13일(4.046%) 이후 넉 달 만에 4%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면서 최근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4.69%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작년 11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장중 5%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하며 지난해 9월(3.7%)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당초 6월로 예상되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졌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이르면 올해 4분기,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총재는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융통화위원 전원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가가 다시 안정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에는 금리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반면에 2.3%로 가는 경로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는 당분간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도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보조를 맞춰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주담대 금리를 연 0.23%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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