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회동' 빈손이지만 공, 민주당에 넘어가…의제 제한 여부 관건
민주당, 실무 협의부터 맞추는 Bottom Up 방식…대통령실, Top Down 해법 제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우리(더불어민주당)가 제안한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 제시하지 않았다." vs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의 의제와 형식 등을 협의하기 위한 2차 실무회동을 가졌으나, 빈손으로 끝났다.

지난 23일 1차 실무회동에서 민주당이 의제 후보군 다수를 제시했고, 25일 이에 대한 대통령실측 검토 의견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으나, 대통령실은 예상을 뒤엎고 의제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회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공은 민주당에게 넘어간 셈이다. 2차 회동까지 가졌지만 결론나지 않은채 양측의 뚜렷한 견해 차만 확인함에 따라 영수회담 성사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의제 도출 및 합의라는 해법에 있어서, 접근 방식의 차이가 뚜렷했다.

민주당 천준호 대표비서실장은 이날 2차 실무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전에 (의제를)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대통령실이) 검토 의견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회동이었다"고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5부요인 사전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3.10.31 /사진=대통령실 제공


1차 회동에서 이미 전달한 요구사항에 대한 대통령실의 구체적 입장을 듣지 못했고, 실무 협의 단계에서부터 하나씩 맞춰 위로 올라가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 민주당이 제시한 해법이다.

반면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날 회동 후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서 형식이나 조건에 구애받지 말고 국정 전반에 대해 폭넓고 다양한 대화를 해달라는 국민 여론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위에서 결정해 밑으로 내리는) 일종의 톱-다운(Top-Down)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날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민주당측에 제안했다면서 이번 회담에 대해 "시급한 민생 과제를 비롯하여 국정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홍 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제안에 대해 천준호 비서실장은 지도부와의 상의를 거쳐야 할 사안으로 추후 답변을 주기로 하고 회담은 종료되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천준호 실장은 "일정은 논의되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와 공유하고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벌어진 양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어떻게 해서든 이번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사전에 내고 싶어하고, 대통령실은 회담 자체의 개최에 의의를 두고 향후 '소통의 시작'이라고 설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지난 2년간 민주당의 입법 강행과 이를 막아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꽉 막혀있던 소통을 풀기 위해, 윤 대통령이 즉각 수용하기 힘든 수많은 의제들에 대해 미리 결론내기 보다는 통 크게 의제나 조건을 달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만나자는 게 대통령실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의 각론에 대해 답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며 "민주당 쪽에서 제시한 것에 대해서 어떤 것은 수용, 불수용, 반수용, 부분 수용 이런 것을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게 국회법 등에 위반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대통령이 결정을 할 수 없는 부분까지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고 전했다.

향후 3차 실무회동이 열릴지, 영수회담이 언제 개최될지는 불투명하다. 일정부분 이재명 대표의 의사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3차 회동은 민주당 쪽에서 답변을 주시기로 했으니까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민생이나 국정 현안에 대해 기탄없는, 서로 대화를 원한다면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경청할 생각을 갖고 계시고, 그 다음 결과는 대통령실이 해야 될 일이 있을 거고, 민주당 내부에서 할 일이 있을 거고, 국민의힘에서도 해야 될 일이 나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첫 영수회담이 시작부터 어떻게 맺어지고 진행될지 주목된다. 시간을 들여 양측의 움직임과 합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