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 성루에 오른 뒤 동북아 외교질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북중러 대 한미일’의 전통적인 구도가 달라진 한중관계로 인해 한미중, 한중일 등 다양한 협력이 가능한 역학구도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방중 일정을 마친 박 대통령은 귀국길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국이 우리와 한반도 평화통일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협력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며 “북핵 문제 귀결점은 평화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중국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 긴장이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북한의 핵무장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당장 한반도에 미국의 사드 배치를 저지할 수단도 된다.
중국은 그동안 꾸준하게 사드 배치를 반대해온 만큼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을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기존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시점에 일본의 군대 파견까지 가능한 집단자위권 복구 시도를 저지할 필요가 더 커졌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집권 4년차를 맞을 때까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북중관계는 당분간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 대신 최룡해 당 비서가 참석해 시 주석과 단독면담도 갖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것도 냉랭해진 북중관계의 현실을 보여줬다.
61년 전인 1954년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혈맹을 강조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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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중국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통일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특별 오찬을 갖고, 한중 관계, 한반도 정세, 한일중 3국협력을 포함한 지역 및 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북중관계가 쉽게 풀리지 못하고 새로운 한중 밀월관계를 낳은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시 주석과 김정은의 당면과제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중국의 의사를 김정은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나 시 주석 집권 초기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에 이어 북한 내부에서 친중 인사로 꼽혔던 장성택 처형 등이 북중관계가 멀어진 표면적인 이유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정간섭을 반대하는 중국이 꽤 오랫동안 북한에 곁눈질도 하지 않는 것은 G2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군사적 전략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한국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집권한 김정은 입장에서는 대중 외교전략에 치중할 겨를없이 대내외적으로 최고존엄을 내세우고 체제유지에 안간힘을 써야 하는 현실이 더 급했다.
중국이 아직까지 북한을 버려도 되는 카드로 치부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관리하는 데 힘이 많이 든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베 정권의 과거사 왜곡 시도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보다 한국과 관계 밀착이 쉬웠다는 점도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앞으로 약 한달 반 정도 기간 동안 한미일과 한미중을 양 축으로 하는 외교활동이 전개될 예정으로 이때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본격화된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의 3각 정상회담과 한국, 일본, 중국의 3국 정상회의도 열린다”며 “이번 회담에서 한중 정상이 이란 핵 문제가 잘 해결된 것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북핵도 해결해보자는 의지를 다짐했다”고 말했다.
한편 북중관계의 최대 변수는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당 창건일을 맞아 그들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국제적 고립이 심화될 것이고, 궁지에 몰린 북한이 추가 도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중국에서 전승절 열병식이 거행되던 시점에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북한 지역인 신의주 군수공장을 시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의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도 남한에 대해 “불미스러운 과거를 털어버리고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기록해나가자”고 강조해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