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AI기본법·고준위방폐법·육아휴직 개정안 등 '자동폐기 위기'
김진표 국회의장 "또 미룬다는 비판…여야 협의해 반드시 마무리" 당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첫 영수회담이 열린 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협치의 길은 요원하다.

21대 국회 폐원을 한달 앞둔, 지난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 법안들의 처리가 불발되어서다.

지난 4년간 열려온 21대 국회는 오는 29일 종료된다. 28일로 예상되는 마지막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이 민생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민생 법안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민주당이 1순위로 추진하고 있는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자 하는데, 국민의힘은 특별법의 골자인 '선 구제 후 회수' 내용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해 국회가 제정하고자 하는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다.

   
▲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2024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앞서 퇴장한 가운데, 재석의원 177명 중 찬성 17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용빈·민형배·윤영찬·정필모·이상민·윤두현·양향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7건의 AI 관련 법안을 병합한 것으로, 대표성이 있지만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 계류 중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및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사실상 이번 21대 국회에서의 통과가 어렵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식힌 후 임시 보관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삼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제정안도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가 2030년 포화 상태에 이르는 각 원전 임시시설의 실정을 감안하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지만, 이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비롯해, 풍력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풍력발전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도 처리가 불발됐다.

조태용·김병기·윤영찬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또한 발이 묶이면서 이번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위기에 놓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했고, 디지털 기반 교육의 원칙 및 국가책무를 규정한 디지털기반공교육혁신특별법도 공전 중이다.

마지막으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그동안 추진해온 연금개혁 역시 21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지 못할 전망이다. 연금개혁특위에서 도출한 공론조사 결과,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편안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또 미룬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민생 법안에 대해 여야가 협의해서 반드시 21대 국회에 마무리해 달라"고 강하게 당부하고 나섰다.

3주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 여야가 오는 28일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어떤 입법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