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암연구소는 커피를 발암물질로 규정했지만....

커피 관련 기사들을 분석해보면, 거의 진시황제가 찾던 그 ‘불노초’ 수준이다. 만병통치약 ‘커피’, 약국에서 판매해야할 ‘의약품’ 대접이다. 기사들 대부분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출처가 정확하다. 외국에서 임상실험을 한 논문들이다. 계명대 생리학과 교수가 발표한 ‘커피 책’도 그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커피, 정말로 ‘약’일까 ‘독’은 없는가

◆‘독’이 있지만, ‘약’이다

커피 관련 기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괴상한 논리다. 커피는 해롭지만, 유익하다는 식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커피와 술, 담배가 모유에 미치는 영향은”의 제목으로 ‘커피의 안전성’을 칼럼을 통해 보도했다.

이 칼럼에는 “카페인은 젖먹이 엄마가 먹어도 안전한 음식으로 분류된다. 젖으로 나오는 카페인은 일반적으로 섭취후 1시간 내 최고농도에 도달하고 엄마가 섭취한 양의 0.06%~1.5%로 매우 낮은 편이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이 기사는 “하지만, 지속적인 카페인 섭취는 철분 흡수를 방해하므로 빈혈이 야기된다. 하루 750ml 이상 카페인 섭취는 아기의 동공이 커지고, 아이가 잠을 안자려고 하고, 까다롭게 굴 수가 있다. 아기의 건강 정도나 나이에 따라 카페인 분해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앞과 뒤가 전혀 맞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앞에선 젖먹이 엄마가 먹어도 안전한 음식이라고 하면서, 뒤에선 아이의 동공이 커진다고만 말하고 있다. 이 칼럼 기사는 KBS 한의원에 근무하는 전문의가 기고했다.

조선일보는 '커피잔'을 마치 '보약단지'처럼 사진을 묘사하고 있다.
▲조선일보커피관련 기사 이미지 캡쳐


조선일보는 “카페인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적당량의 카페인은 안전하며 오히려 건강에 유익하다”고 보도했다. 계명대 의대 생리학과 배재훈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배 교수는 “카페인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당뇨병 환자는 주치의와 상의해 설탕을 넣지 않은 원두커피를 적당량 꾸준히 마시면 혈당 조절에 보조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의 말 자체가 모순이다. 당뇨병에 대한 처방이 마치 ‘커피’가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또한 해롭다고 알려진 카페인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슐린을 개선한다면, 그것은 의사가 의학적으로 책임있게 판단할 일이지, 식품에 불과한 ‘커피’가 당뇨병에 좋다는 식으로 ‘약 처방’을 내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인터뷰에서도 “주치의와 상의해 설탕을 넣지 않은 원두커피를 적당량 꾸준히 마시면...”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의학적 처방에 대한 책임성을 회피하고 있다.

먼저는 ‘주치의’에 책임을 넘겼고, 둘째는 ‘적당량’에, 셋째는 ‘꾸준히’에 책임을 넘기고 있다. 배교수가 커피가 당뇨병에 특효약이다는 발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분위기로 기사가 전개되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커피 발언은 책임성있는 근거는 없어 보인다.

◆프레시안, ‘커피 유해성 보도’에 물타기 기사

프레시안은 커피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서 ‘커피, 발암물질인가 항암물질인가’라는 제목으로 칼럼 기사를 게재했다. 프린트물로 7장에 달하는 매우 긴 기사이다. 2011년 9월 19일 한국방송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나온 커피 남자(몸무게 48kg, 하루 커피 20잔 마시는 남자)로 인해 발생한 ‘커피 거부감’에 반대하는 기사이다.

프레시안은 ‘커피’를 가히 ‘만병통치약’의 반열에 올려놨다.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커피는 천연 항산화제이다, 하루 네잔 이상 커피 마시는 여성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0% 낮았다는 연구발표가 있다, 단기 기억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이다. 커피는 진통제 특히 편두통과 두통 처방에 효능을 증가시킨다, 커피는 암발생 억제에도 효능이 있다, 커피는 항암물질인 메틸피리디늄을 포함하고 있다.

‘커피가 항암제 효능이 있다’는 것과 관련해 프레시안은 정반대의 사실을 거론하기도 한다. 프레시안은 “볶은 커피에는 1000가지가 넘는 화학 물질이 있다고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19종은 설치류에서 발암물질로 확인됐다”고 말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프레시안은 “하지만, 설치류에서 발암성을 지녔다고 해서 이 물질들이 모두 인간에게서도 발암성을 지녔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발뺌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어쨌든 커피를 발암가능 물질, 즉 그룹 2B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커피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인정하면서 교묘한 논리를 이용해서 ‘커피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커피의 카페인이 인체에 있는 아데노신이라고 불리는 화합물질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데노신은 어떤 특정 세포의 표면에 있는 특정 수용체에 붙어 이를 잠가버린다”고 말하면서, “카페인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보통 정도이다. 카페인이 모든 수용체에서 아데노신 분자를 경쟁에서 늘 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페인은 3~6시간 안에 신속히 대사되어 몸에서 제거된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몸에 좋은 부분은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극찬하고, 몸에 좋지 않은 부분은 그다지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가 ‘만병통치약’의 과장 광고 느낌이다.

뉴스엔은 “커피 우울증 예방 효과 입증, 하루 4잔 이상의 커피는 엔돌핀보다 좋나”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여성들의 우울중에는 하루 4잔 이상의 커피가 최고의 특효약일 정도로 커피는 우울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기사는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알베르토 아세리오 박사 연구팀의 논문 발표에 근거한 것이다.

한편, 내일신문에서 김민석 병리과장은 특별한 해외 논문을 소개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엘-소헤미 박사팀의 연구논문이다. 내용은 ‘체질에 따라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엘-소헤미 박사팀은 “사람들 중에는 커피를 잘 마실 수 있는 체질이 있고, 그렇지 못한 체질이 있다. 잘 마시는 사람은 CYP1A2*1A라는 유전자가 있고, 카페인을 빨리 분해한다. 이런 사람은 커피가 건강에 좋다. 반면, CYP1A2*1F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카페인 분해 속도가 늦다. 이런 사람은 커피가 건강에 안 좋다. 나쁜 작용을 한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두가지 유전자는 반반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이 박사팀의 연구논문에 근거한다면, 한국 인구 5000만명 중에서 2500만명은 커피가 ‘약’이고, 나머지는 커피가 ‘독’이라는 의미다.

커피가 무조건 좋다는 식의 광고들, 커피를 약처럼 포장하는 홍보성 기사들은 조선 말기 때 담배를 ‘연기차’라는 건강식품으로 둔갑해 팔았던 ‘상술’을 연상케 한다. 특히 담배는 당시 ‘폐’에 가장 좋은 보약으로 널리 알려져 담배를 권하는 것을 ‘인심좋은’ 문화로 인식되었던 때도 있었다. 폐에 가장 좋지 않은 담배가 훌륭한 ‘보약’으로 둔갑한 것이다. 국제암연구소가 발표한 ‘커피의 암 발암물질’이 혹시 이렇게 희석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