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지도가 펼쳐지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지상파 3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몸값’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스타들 몸 값 뿐만 아니라 PD들 몸값이 갑자기 뛰었다. 30억. 1박2일을 연출한 나영석 PD(KBS2)가 제안받았다는 액수다. 가히 연예인 수준에 맞먹는 액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언론의 반응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나영석 PD의 종편행 소문과 관련해 8월 중순, 9월 중순에 집중 보도하고 있다. 몇몇 언론들은 나PD의 종편행에 대해서 네티즌 댓글을 근거삼아 ‘국민’을 배신하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국가에서 PD들이 네티즌과 언론의 등쌀에 못 이겨 마음대로 직업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 암묵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나영석 PD는 거의 물매를 맞듯 ‘공식 입장’을 강압적으로 내놓은 느낌이다. 종편행 이적移籍이 과연 이적행위利敵行爲일까
 |
▲PD들 몸값 상승에 언론들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
방송3사의 암묵적 담합으로 형성된 PD들 몸값이 새롭게 책정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종편이 4개나 늘었으니, 빵집이 마을에 7개나 생겼다는 이야기다. 빵값은 낮아지겠지만, 일할 종업원이 부족하면 몸값은 자연히 뛰기 마련이다. 희소성의 가치니까. 그런데, 모든 방송을 연출해온 PD들이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평가해준 곳으로 선택할 자유가 없다면, 있는 곳에서 재평가의 가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언론사는 “나영석 PD 이적설, 지속적인 종편행 압박에 경악”이라고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종편을 무슨 자본적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사에서 “막강한 자본을 갖고 출발하는 종편 입장에서 세상에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 PD가 이런 착각을 보기 좋게 불식시켜 줬으면 한다”고 보도했다. ‘허황된’ 영웅의식을 빙자해서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선택을 강압하는 요청인 셈이다.
스포츠경향은 한 술 더 뜬다. 기사에서 “KBS 1박2일에 귀곡성이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의 첫 타자는 강호동이었지만, 나영석 PD가 먼저 프로그램에서 발을 뺐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이적설로 몸살을 앓았던 김태호 PD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언론들이 네티즌들의 반응을 근거로 삼아 “무한도전의 수장이 되어달라. 떠나면 안된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MBC 김태호 PD의 종편 거부가 KBS 나영석 PD와 비교가 되는 기사도 있었다. 모닝뉴스는 “나영석PD 하차, 이적료 30억 소식에 시청자 분노…김태호PD와 비교”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고, 굿데이스포츠도 “나영석PD 하차, 시청자 분노,, '무도' 김태호 PD와 비교까지”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스타포커스도 “나영석 PD vs 김태호 PD…나영석PD '핫' 의리남으로 이미지 쇄신”을 보도했다. 김태호 PD와 이영석 PD가 종편행을 선택하는 것이 ‘이적행위’라는 색채가 저변에 깔려있는 기사이다.
이처럼 PD들의 연예인 시대가 열렸지만, 연예인들에게 선택의 자유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PD들에게 아직 선택의 폭이 좁은 이유중 하나는 ‘언론의 장난’도 있다. 언론이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스타 PD들이 종편으로 옮기면, 더 품격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 당연지사다.
1박2일보다 더 재밌고, 무한도전보다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KBS, MBC와 경쟁할 수도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는데, 일부 네티즌들의 비판적 반응이 모든 시청자들의 의견인양, 부분을 전체로 해석케 하는 언론의 편파 보도가 문제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