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찰나의 순간, 뇌리에 콕 박힌다. 얼굴 위 긴 흉터, 온통 어두웠던 옷, 담담한 말투로 빚어낸 인물은 꼭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다. 배우 유희제는 이렇듯 오직 연기로, 배우의 정공법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희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커넥션'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작품 종영 후 미디어펜과 만난 그는 "작품을 많이 봐주셔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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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유희제. /사진=사람엔터 제공 |
'커넥션'은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 재경(지성 분)이 고교시절 친구 준서(윤나무 분)의 죽음을 단서로 20년간 이어진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지성, 전미도, 권율, 김경남, 정순원, 정유민, 윤나무 등이 출연했다.
유희제는 일명 '레몬뽕'이라 불리는 마약의 유통책 공진욱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공진욱은 형사와 싸우다 권총을 빼앗고, 큰 돈이 얽힌 마약을 유통한 '범죄의 온상' 그 자체다. 자신의 사람은 지키고자 하는 의외성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유희제는 크지 않은 분량에도 묵직한 연기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묵직하게 남겼다. 그는 "공진욱이란 인물은 분량이 많지 않지만 '마약'이란 작품 속 중요한 소재를 다룬다. 짧은 분량 만으로 궁금증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진짜 마약 유통책처럼,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존재로 각인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 빠른 전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 등은 '커넥션'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유희제는 '커넥션'의 주역인 배우 지성과 극 초반 쫓고 쫓기는 장면으로 합을 맞췄다.
그는 "해당 장면을 찍었던 날은 뉴스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추운 날'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날"이라며 "거의 첫 촬영이었는데 춥다 보니 긴장도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성 선배는 액션을 잘 하고, 저도 몸을 잘 써서 촬영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선배는 열정이 크고 집중도가 높다. 상대 배우와 시너지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전체를 보는 눈이 확실히 달랐다. 멋진 배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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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유희제. /사진=사람엔터 제공 |
공진욱으로부터 레몬뽕을 사들이던 또다른 범죄자, 윤사장 역을 맡은 배우 백지원과 마주한 장면도 잊을 수 없다. 두 사람은 동지도, 적도 아닌 긴장감 넘치는 관계로 매 등장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희제는 윤사장의 사무실로 쓰이던 골동품점에서 완성된 두 사람의 대면 신을 언급했다. 그는 "감독님은 공진욱이 윤사장 앞에서 조금 더 주눅 들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면 공진욱의 무게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긴장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 제시하고, 교환할 수 있는 동등한 느낌을 주고 싶다는 의견을 감독님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공진욱의 뺨 흉터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유희제는 "원래 얼굴에 작은 흉터가 있다. 그 흉터를 더 진하게 하려 했는데 감독님과 분장팀의 의견에 따라 흉터를 더 길게 확장했다. 분장팀에선 공진욱이 4부 정도까지 나올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초반에 금방 죽을 줄 알았는데 윤사장보다 오래 살아 남더라. 그래서 촬영 때마다 흉터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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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유희제. /사진=사람엔터 제공 |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선 아직 낯선 배우 유희제. 하지만 연극계에서의 입지는 다르다. '커넥션'에서 짧지만 강렬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다.
2013년 뮤지컬 '호기심'을 데뷔작으로 한 유희제는 극단 불의전차 공동 대표 겸 제작 PD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연극 '초선의원',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 '펜스 너머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 등을 통해 꾸준히 관객과 만나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영화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 드라마 '어느 날', '고요의 바다', '웰컴투 삼달리' 등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하고 싶은 건 한다"던 그는 "과거 극단을 만들어 연극을 시작했다. 주변에선 '언제까지 돈도 못 버는 극단을 할 거냐'고 했지만 연기가 좋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매체 연기를 할 때와 연극 연기를 할 때 작품 속에서 살아있는 느낌이 다르다. 둘 다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희제는 언젠가 매체와 무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라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언젠가 매체 연기에 집중해야 할 때가 온다면, 공연에 배우가 아닌 제작으로라도 참여해 지금 같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제가 해온 역할을 끝까지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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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유희제. /사진=사람엔터 제공 |
연극 '펜스 너머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에는 2021년, 2023년 그리고 올해까지 세 번째 출연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2023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된 이 작품은 누구나 에이스를 꿈꾸지만 모두가 에이스가 될 수 없는 그라운드 위 청춘과 열정을 담은 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희제는 만년 후보 선수로 뛰다 돌연 야구부를 관뒀던, 그리고 다시 복귀하는 인물 권준호로 분한다.
'커넥션' 속 마약 유통책 공진욱을 성공적으로 연기한 유희제는 야구 만년 후보 선수 권준호로 변신해 오는 8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작품"이라며 "중·고등학생, 사회 초년생 등 고민이 많은 시기의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유쾌하고 재밌고 발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예전부터 빨리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얼굴이 익어가고 분위기가 더 남자다워질수록 매력도 무르익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껏 보여드린 강렬한 배역을 넘어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떤 상을 목표로 하기보다 연기할 때의 행복을 느끼며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하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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