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삼권분립·국정 망가뜨린건 대통령" vs 국힘 "입법권 스스로 무력화"
방송4법 후 민주당, 8월1일 본회의서 노란봉투법·25만원지원법 '처리 예고'
민주당 당론법안 45건 쌓여있어 '악순환 지속'…폐기된 채상병특검법 또 발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를 장악한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맞서지만,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후 민주당의 단독 법안 처리라는 '여야 정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이후 국회 본회의 재의결을 통해 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 입장에서 아무런 변화 없는 국회에서의 극단적 대치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은 '방송 4법' 중 방통위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단독 처리했고, 마지막 법안인 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29일 오전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 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30일 오전 8시 30분경 강제 종결될 예정이고, 민주당은 그 직후인 오전 9시경 법안을 단독 처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방송4법의 경우, 윤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 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둘러싼 '방송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여야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양상이다.

여야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거부권 남발로 삼권분립과 의회 그리고 대한민국 국정을 망가뜨린 게 바로 대통령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렸고,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방송4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 명확하다"며 "거부권으로 인해 무효화될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지탄했다.

   
▲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관련한 무제한토론을 시작하자, 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4.7.29 /사진=연합뉴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민주당이 30일 방송 4법을 단독 처리한데 이어, 오는 8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노조로 힘의 균형이 완전히 쏠린 독소조항이 많아, 정부·여당이 반발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민간 기업들·사측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법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지난 총선 대표공약으로 기획재정부가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2개 법안 역시, 민주당의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로 법안 폐기 과정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 이어 최근 또다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채상병특검법'을 8월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고도 밝혔다.

이게 끝이 아니다. 민주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처리를 시도할 당론 법안들이 쌓여 있다.

민주당은 이번 22대 국회 개원 후 45개 법안을 당론으로 지정한 후 하나씩 강행 처리하고 있다. 이번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 25만원 지원법 모두 당론법안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견해 차가 크더라도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부의장은 27일 입장문에서 여야 지도부를 향해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을 몰아넣고 있는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을 정도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023년 3차례 6건, 올해 5차례 9건을 합쳐서 총 8차례 15건이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현 헌법체제에서 거부권 행사는 노태우 대통령 7건, 노무현 대통령 6건, 이명박 대통령 1건, 박근혜 대통령 2건 이루어졌다. 여야 정쟁에 따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 정부 들어 압도적으로 많다.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는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여야가 합의를 이뤄 국회에서 재의결한 법안은 '이태원사고특별법'이 유일하다. 민생 법안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거부권 정국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