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1일 스스로 제안했던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면서 지난 9일 당무위 직후 재신임 투표를 선언한 이후 12일간 이어진 혁신안 처리와 재신임 국면이 종결됐다.

전날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결과를 수용해 “당내 화합”을 내세운 것이지만 문 대표의 재신임에 비판적이었던 비주류가 여전히 ‘셀프 재신임’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연석회의에 불참했던 것을 볼 때 내홍이 수습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당내 친노-비노라는 프레임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황에서 비노계의 원심력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이 내세운 공천 룰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할 마땅한 대안없이 재신임이라는 강력한 승부수를 내걸어 당내 반발만 불러일으킨 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지적이다.

표면적으로는 혁신안도 통과됐고, 재신임도 가결됐으므로 이번 공천 룰 싸움에서 승자는 단연 문 대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 반발 기류를 재신임 표결로 제압하면서 말로만 “화합”을 외치는 대표에 대한 불만은 더욱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내년 총선의 공천 방향과 문재인 대표의 거취가 걸린 혁신안이 만장일치로 가결 된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중앙위원회의를 마치고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사실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로 당내 분위기를 제압했다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그가 지난 중앙위 혁신안 통과를 앞두고 거론한 ‘야권 대통합론’ 때문이다. 그는 2일 광주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정의당은 물론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과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문 대표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실패한 정치적 레토릭’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한마디로 당내에서 반발하는 비노에게 ‘당신들 없어도 선거 치를 수 있다’고 압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노는 더욱 부글부글 끓었지만 문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를 이어갔다.

문 대표는 이날 재신임 투표 철회 입장 발표에서도 “제 뜻은 거둬들이고 모두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야권의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서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물론 “마음은 더욱 비우고 책임은 더욱 다해서 당을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당내에서 반발하는 비주류보다는 이미 탈당한 천정배 의원이 추진할 신당 창당을 더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새정치연합의 공천 갈등 속에서 안 전 대표와 천 의원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가 있다. 여전히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 전 대표나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천 의원과의 ‘샅바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던 날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서 안 전 대표와 천 의원을 동시에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각각 다른 수위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전 대표는 때마침 전날 정치입문 3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낡은 진보 청산”을 주장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 사례를 들며 “부패 온정주의를 추방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당 일부의 뜻보다 국민 뜻이 더 중요하다”며 혁신안에 대해서도 거듭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라디오에서 “정계 입문 전의 일이어서 안 전 대표가 잘 모를 수 있다”는 말로 간단히 치부해버렸다.

반면, 천정배 의원이 전날 신당 창당 선언을 하면서 야권 통합을 제안한 문 대표를 향해 “새정치연합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너나 잘해라’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천 의원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천정배이기 때문이 아니다. 호남 민심 앞에서 몸을 낮추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무례하다”는 발언도 이어갔다.

문 대표가 천 의원에 더욱 날선 발언을 가한 것은 바로 호남 민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천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창당에 호남 민심이 쏠려있는 만큼 견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천 의원을 안고가야 하는 과제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 혁신을 부르짖으며 총선 룰을 바꾸고 당 지도부 체제까지 흔들어서 자신의 당권을 더욱 공고히 한 대표로서 당 내부의 반발부터 잠재울 방향 제시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문 대표가 호남권과 수도권의 공천 개혁과 관련한 청사진을 빠르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당내 반발은 더욱 심화되고 추석 민심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일단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철회할 만큼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야말로 문 대표의 리더십이 새 시험대에 올랐다는 전망이 대체적인 이유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문재인 대표와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새정치연합 간판을 떼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표를 더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성립될 경우 언제든지 당이 쪼개지는 큰 시련을 겪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겨놓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문 대표에 반발하고 있는 비주류가 서로 연합할 네트워크가 없어보이고 이 때문에 힘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당권을 강화한 문 대표가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강경 입장만 고수할 때에는 총선 이후 더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공천 과정에서 당내 기득권의 구태가 재연될 때 문 대표의 당 혁신의 길도 대권 가도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