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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화투자증권 |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오는 3월로 임기가 마무리되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사진)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장 교체를 앞두고 고객 계좌 관리를 차별화하는 서비스선택제를 시행하려고 하자 지점장들이 강하게 반대하며 집단으로 반발하는가 하면 주 사장은 이에 대응해 인사조치를 명하는 등 한화투자증권이 극도로 혼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장에서 그룹 측의 압력으로 사장직에서 밀려나는 것처럼 언급하면서 주 사장은 한화그룹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 사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것과 관련한 질문에 “압력이라고 하면 압력이라 할 만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주 사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 삼성그룹과 화학부분을 넘겨주고 방산부분을 받는 빅딜을 추진 중이던 한화그룹이 부담을 느꼈다는 루머를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 발언은 정상적인 리포트로 인해 자신이 억울하게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점을 부각하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주 사장이 전산장비 납품업체를 계열사인 한화 S&C에서 IBM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한화 이견을 나타낸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려고 했던 것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주 사장이 “추진한 것은 맞다. 내부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변하자 김 의원은 “이건 명백히 일감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고, 회사 내부의 반발, 이에 대해 그룹 차원의 보복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화S&C와 한화투자증권, 한화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를 조사해야 될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 사장이 연임에 실패한 것은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내부 직원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8%나 증가한데 비해 한화투자증권의 실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주 사장의 무리한 리테일 인력의 구조조정으로 영업을 할 사람이 없어 상반기 매출이 고작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지난 2013년 7월 한화증권 대표이사직에 오른 주 사장은 취임 직후 무려 35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주 사장 취임 전인 2013년 6월말 1705명이었던 한화투자증권의 임직원은 올 6월말 현재 1043명으로 급감했다.
한화투자증권을 떠난 직원들이 경쟁사인 메리츠종금증권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쟁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 흑자전환하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07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한화투자증권은 6분의 1 수준인 2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과당매매 방지제도 도입 등으로 매출은 크게 늘어날 수가 없었지만 계속 적자를 내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와중에 김기식 의원이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 사장과 참여연대와의 관련성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994년 참여연대를 설립했고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얻은 유명세로 비례대표지만 국회의원 자리도 꿰찼다.
주 사장의 부친인 주종환 전 동국대 명예교수는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지금도 주 사장의 동생인 은경씨는 참여연대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주 사장은 지난 2011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에서 ‘헌법 제119조제2항(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주 사장의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을 사실상 차기 사장으로 조기 내정하면서 한화투자증권 내부 혼란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