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었다며 페이스북에 전화번호를 올린 A씨. 자동차를 새로 뽑았다며 번호판까지 나온 사진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B씨.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는 온라인 팝업 광고를 보고 번호를 입력한 C씨.

말로는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에 들어맞지 않는 현상을 가리켜 프라이버시 패러독스(privacy paradox)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자주 발생한다.

28일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박사과정의 이충훈씨가 엔트루저널에 게재한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영향 요인 연구'를 보면 사람들은 친구관계, 기업명성, 보상 등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개인정보를 부주의하게 노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씨는 SNS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20∼50대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으며, 이 가운데 프라이버시를 걱정하지 않는 11명을 제외한 239명(남성 120명·여성 119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친구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SNS에서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친구를 의식해 개인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친구에게만 알려줄 생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글이나 사진을 올리지만, 제삼자도 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유명한 기업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잘 보호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또한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대기업일수록 보유한 고객의 개인정보가 많아서 사용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이씨의 조언이다.

상품이나 경품을 받으려고 개인정보를 스스로 기업 등에 제공하는 상황도 있다. 기업 등이 SNS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제휴업체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없도록 내부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SNS에서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개인정보 노출로 개인정보 침해와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SNS 제공자는 사용자의 말보다 SNS에서 사용자의 실제 행동을 분석하여 프라이버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