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립 유치원 각 교육비 부담이 동일하다면 “공립보다 사립유치원 선택”
미디어펜은 유아교육, 유치원교육이 살아나야 나라가 산다는 취지에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현재 전국 각지의 유치원에서 행해지는 3~5세 아이들을 위한 유아교육은 공교육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유치원 유아교육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기르기에 최적인 교육과정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관심,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이 어우러져 아이들은 자라난다. 미디어펜은 10편의 기획기사 연재를 통해 아이들과 교사들, 현장과 관련 통계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부․지방교육청이 주도하는 유아교육의 맹점과 한계, 개선안을 도출해내고자 한다.

유치원 수요조사의 허구와 맹점…결과 왜곡하는 질문 [9]

[미디어펜=김규태기자] 본지는 앞서의 관련기사를 통해 “수요는 줄지만, 늘어나는 교육예산”, “인구절벽과 따로 노는 공립유치원 증설”, “공립유치원 늘리기는 교육감의 잘못된 포퓰리즘 경쟁”, “유치원 원장이 부자라는 선입견은 오해” 등을 밝히면서, 사립 보다 공립유치원이 4배 더 많은 예산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역차별에 놓여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출산율 저하 및 교육기관 선택의 폭이 다양해짐에 따라 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 각각의 충원율은 녹록치 않다. 원아모집을 통해 예산계획을 짜고 시행하는 사립유치원으로선 100% 정부 지원으로 돌아가는 공립유치원에 비해 유치원 원아모집에 사활이 걸린 셈이다.

여기서 대두되는 문제는 수요(유치원에 입학하려는 아동 수)는 동일하거나 조금씩 줄어드는데 공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공립유치원의 신증설로 말이다.

공립유치원의 신증설은 교육부의 유아수용계획에 따른다. 이는 유아수용계획 수립을 위한 유치원 취학 수요 설문조사에 따라 작성된다. 지난 2013년, 2014~2016년의 유치원 취학 수요를 조사하기 위한 설문조사가 행해진 바 있다. 교육부 및 각 지방교육청의 주도로 지역별로 고르게 조사되었다.

유치원 취학 수요 설문조사 양식은 동일하다. 아래와 같다.

   
▲ 유치원 수요조사의 허구와 맹점…결과 왜곡하는 질문. 사진은 "2013 유아수용계획 수립을 위한 유치원 취학 수요" 설문조사./사진=미디어펜

해당 설문지에서 핵심 문항은 3~5번 항목이다. 설문지는 “귀하의 자녀가 만 ○세가 되었을 때 선호하는 유아 교육 보육기관은 어디인지” 묻는다.

단순하게 보면 아무런 이상이 없을 거라고 여기지만, 해당 설문지에 현실이지만 언급하지 않은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공립유치원은 싸고 사립유치원은 비싸다”라는 인식 말이다.

교육부 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 돌린 해당 유치원 수요조사에는, 공립유치원의 1인당 월 비용(80여 만 원)이 사립유치원의 1인당 월 비용(50여 만 원)에 비해 적게는 50%, 많게는 100%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빠져 있다. 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면 월 몇 만원도 안 되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사립유치원은 월 수십만 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교육부 교육청의 유치원 수요조사는 전형적인 ‘통계의 장난’이다. 공립과 사립, 병설과 단설, 어린이집 등에 대한 부모들의 정확한 수요를 조사하려면, “유치원 교육비 부담이 동일하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는 전제를 학부모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구광역시에서는 지난 1월 28일에서 2월 4일 사이에 대구지역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설문조사 명은 ‘공사립 유치원 교육에 대한 대구시 학부모 인식조사’다.

결과는 놀라웠다. 공사립 유치원 각 교육비 부담이 동일하다면 선택할 유치원 형태는 공립(45.7%) 보다 사립(52.9%)가 더 높았다. 참고로 공사립 유치원 ‘교육의 질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비교에 있어서도 공립(29.7%) 보다 사립(68%)에 2배 이상의 선호도가 쏟아졌다.

기자가 확인했던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성남시 등의 기존 유치원 수요조사의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지역별로, 구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공립을 사립보다 선호한다는 결과였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학부모 부담에 있어서는 공립이 사립보다 훨씬 더 저렴한데 공립과 사립유치원에서 각각 제공하는 교육은 누리과정으로 인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일선의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치원 수요조사는 질문지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들의 선택에 따라 공립유치원의 신증설을 결정하는데, 이 수요조사는 질문 자체에 이미 공립유치원에 대한 선호도를 유도하도록 설문 설계되어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