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호흡에도 소재 다양화로 가능성의 시대 열어…….

거친 호흡에도 소재 다양화로 가능성의 시대 열어…….

2011 디지털 신인 작가상에 응모 편수는 모두 70여 편이었다. 이 중 예심을 거쳐 올라온 소설 부분의 작품은 총 다섯 편이었다. 심사 결과, 정다미 씨의 <모범시민의 타락>과 나희 씨의 <파블로프의 개>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논픽션 부분은 당선작이 없었다.

모든 작품들이 기성 문단을 거치지 않은 - 이 말의 반대말로 쓸 수 있다면 -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이었음에도 서사를 만들고 극을 만들어내는 힘이 느껴졌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작가 자신들에게 극이 모두 체화되지 않음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급진적 비약과, 주부와 술부의 문장이 완결을 이루지 못하는 문장력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최낙원 씨의 <산사태>는 스토리를 흡인력 있게 끌고 가는 장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극을 끌고 가는 서사의 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정체모를 승객과 합승한 택시, 3년 전에 이미 죽은 수위, 묘지 앞에 세운 학교 등으로 환상적 요소를 결합한 부분은 성공적이었으나, 꿈속에서 꿈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치밀하게 연결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환상적인 요소를 소설에 더하기 위해서는 작가 자신이 그 환상 속으로 들어가 시점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화인(본명 신은지) 씨의 <새장>은 로맨스 소설의 장점을 잘 갖추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바라본 첫사랑을 이루는 과정과, ‘새장’을 이용해 주인공들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장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천류일이 이은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기억에서 삭제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점은 소설에서 정교하고 치밀하게 다뤄야 할 장치 중 하나다. 천류일의 시점과 이은의 시점으로 나누어 풀어낸 시도는 좋았으나, 서술 방식에서 시점을 객관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이은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처음 작품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밀도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들 만큼 천류일의 감정을 (작가가) 주관적으로 묘사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최현경 씨의 <용궁에서 온 사신>은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라는 소재가 참신했다. 애인행세를 해 주던 세 남자로부터, 직업이 아닌 ‘진짜’ 애인의 자격으로 청혼을 받는다는 설정도 재미있게 읽혔다. 세 남자의 캐릭터성은 성공적으로 살려냈으나, 정작 주인공 은희의 캐릭터는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 극의 흐름이 지나치게 비약적이라는 점도 지적되었다. 결혼의 조건이 ‘산갈치’에 대해 조사하는 것, 세 남자와 은희가 함께 산갈치를 찾아 떠나게 된 과정, 아쿠아리움에서의 일화 등 장면 전환이 성급하게 진행되었다. 극의 전환 사이사이에 사건의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지 못한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정다미 씨의 <모범시민의 타락>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주인공에게 닥친 사건을 통해 일상 속 심리 변화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을 높이 사 소설 부문의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주말마다 대문 앞에서 소음을 내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해, ‘모범 시민’의 인생까지도 변화시킬 만한 사건이었는가, 하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사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일지라도 소설에서는 그 정당성을 더욱 치밀하게 엮어야 한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힘에 가능성을 열어 이를 당선작으로 밀었다.

당선작 나희 씨의 <파블로프의 개>는 ‘세마’라는 외국계 기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이미 디지털 출판이 돼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회자된 것으로도 이 작품만의 내러티브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심사자들은 플롯 구성이 다소 아쉬우나 직장 여성이 겪는 일상사와, 부조리한 다국적 기업의 퇴행적 일상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 점을 높이 사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플롯 구성이 좀 더 치밀했다면 한 편의 실화 소설로도 완결될 가능성이 큰 작품이었다. ‘세마’가 어떤 기업인지, 주인공 지혜가 어떤 직무를 맡고 있는지 등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풀어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읽힌다. 장점을 잘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일상사의 세밀한 부분을 불러내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품을 써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보였다. 정진을 바란다.

디지털 신인 작가상은 기존의 권위적인 작가 등용문이 아니라는 점에 더 큰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다. 다소 거친 호흡의 작품도 이러한 기회를 통해 격려하고 동기부여가 된다면, 충분히 완결성 높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한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심사였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아쉽게 당선의 자리를 내준 분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작품 소개>

* <모범시민의 타락> - 정다미

<모범시민의 타락>은 우리가 ‘중산층’이라 부르는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관찰한다.
은숙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이다. 법도에 벗어나지 않으며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남에게 해를 입고 싶지도 않은 모범시민이다. 그녀의 유일한 꿈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 삶.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과 공부 잘하는 자녀들,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로 교양 있는 주부가 되는 것이 소망인 그녀에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소양마을은 알려준다. 소양마을에서의 생활을 통해 은숙은 소시민으로서 자신을 인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살고자 결심한다. 결국 모범시민은 타락했지만, 은숙의 삶은 예전보다 편안해진다.

* <파블로프의 개> - 나희(필명)

<파블로프의 개>는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을 회사로 옮기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위해 쓴 글이다. 오늘도 자존심을 삼키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한바탕 한풀이를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누군가는 한 번쯤 느꼈을 치사하고, 사소한 일상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 <파블로프의 개>는 남과 다르게 살아가기 두려워하는 현대인에게 일탈을 꿈꾸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느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내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해 쓴 이야기이다.

<2011 디지털 신인작가상 심사위원회>

조성원
現 1999 ~ 2011㈜씨즈엔터테인먼트 대표
2009 ~ 2011 추계예술대학교 영상비즈니스학과 겸임교수
2009 ~ 2011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아카데미’ 콘텐츠 기획창작 주임교수
* 제작 :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 <황진이>(2007),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2002)

지석규
하이원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비상임 이사,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경기콘텐츠진흥원 본부장 역임.

신혜정
시인. 2001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KBS, YTN 등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책 소개 코너를 진행했다. 출판전문 온북TV(www.onbooktv.co.kr)에서 작가 대담 프로를 진행, 현재 서평 전문지 월간 <라이브러리&리브로>의 편집장 겸 온북TV의 콘텐츠 팀장 겸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 《라면의 정치학》이 있다.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 배재대 공연영상학부 교수.

박용수
북씨 운영사 (주)마이디팟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