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거의 가까이 다가오면 채널이 확정될 겁니다. 윗분들이 아시는 거라서... 다음 주 초에 전화를 하시면 번호가 나와있을 겁니다. 개국을 한다는 것은 번호가 나온다는 거겠죠. 번호는 윗분들 사항이라서...”
조선TV, JTBC, MBN, 채널A의 4개 종합편성채널이 12월 1일 합동개국회를 개최한다. 지상파 3사의 언론독점을 막기 위해 출범하는 종편 4개사 개국은 기꺼이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채널번호가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종편4사는 MSO 탓을 애써 하려는 분위기다. 그런데, 알고보면 MSO의 탓만도 아니다.
“빠른 번호일수록 좋지요. 맨앞번호여야지요. 아주 빠른 번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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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보여주는 '종편4개사 정보제공'에서 '채널번호'가 빠져있다. |
JTBC, 조선TV, 채널A, MBN 모두 같은 반응이다. 모두 빠른 번호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SO협의체에 존재하는 5개사 MSO들과 4개 종편사는 각각 채널번호를 협상중이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4개 종편사와 5개 MSO가 같은 자리에 모여서 공동의 채널번호 협상을 하지 않고, 다대 다대응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이전투구의 공멸이 불보듯 뻔하다.
종편채널 홍보팀과 전화를 해보면, 대부분 “채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개국은 한다. 번호는 윗분들이 하는 일이다”고만 말한다.
만약, JTBC, 조선TV, 채널A, MBN가 하나의 MSO에 ‘14번’을 원한다고 한다면, 나머지 3개 종편사는 원하지 않는 채널번호를 배정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5개 MSO가 4개의 종편사에 같은 채널번호를 줘야할 의무사항도 없다. 특히 현재처럼 4개 종편사가 공동개국을 하지만, 공동 채널 협상 창구가 없는 이상 채널 넘버링은 ‘확률 게임’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보여진다.
종편 4개사의 ‘넘버링’에 대한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령, 조선TV는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넘버링 선택권한을 주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타당하지 않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가 반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만약, 일명 ‘뺑뺑이’의 제비뽑기로 채널 넘버링을 결정한다면, MBN으로서는 대단히 반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2가지 방법이 현재 협상창구에서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채널 넘버링’과 관련해 ‘종편4개사의 협의체 구성’을 유도하고 있지도 않다. 간혹 SO협의체들에게 종편4개사의 채널 넘버링과 관련해 행정지시가 있다는 이야기만 흘러나올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채널협상은 종편4개사와 MSO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종편사가 모두 14번을 원한다면, MSO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할 일이다. 아직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약관신고는 신고절차에 불과해서 신고하자마자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채널 연번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4개 종편사가 지상파 3사와 동일한 무게중심을 갖기 위해서는 4개 종편사만의 독립적 협의체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14, 15, 16, 17 혹은 14, 16, 18, 20번의 동일한 연번제로 채널 넘버링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4개 종편사가 5개 MSO와 채널 협상을 하는 데에 있어서, 4개 종편사의 합의가 없이, 무조건 “채널 넘버링을 원한다. 우리들에게 빠른 번호를 달라. 연번제가 최우선이다”고만 요구한다면, MSO들이 4개 종편사를 모두 만족시킬 해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1일 개국과 동시에 ‘채널번호’가 나온다면, 그것은 4개 종편사의 첫단추가 참으로 잘 끼워진 ‘4개 종편사’의 협의체가 구성됐다는 증거가 되겠지만, 그 날 종편 4개사가 ‘MSO탓’을 하면서 “채널은 곧 발표된다”고 한다면, 4개 종편사의 공멸은 ‘첫단추’에서 삐끄덕할 것으로 보여진다.
“윗분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서...”라고 답변하던 4개 종편사들의 홍보팀 주장처럼, 윗분들끼리 비밀리에 원만한 합의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해 SBS가 보여줬던 단독 계약으로 지상파 3사가 대혼란을 겪었던 그 전철이 종편 4개사의 채널넘버링 협상과정에서는 발생한다면, 그것 역시 종편 4개사의 불협화음으로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하나됨, 그것은 경쟁사회에서 참으로 찾아보기 힘든 ‘가치 개념’이지만, 채널 넘버링은 하나됨의 가치 위에서 더욱 경쟁적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