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겨레가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의혹’ 사건을 특종으로 때렸다. 한겨레의 망치는 거대했다. 청와대에 파견나갔던 행정관이 바로 사표를 냈지만, 정국은 민주당에게 마이크를 잡게 했다. 진보측 언론들은 “경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한다”며 연일 때렸다. 이 사건을 밀착 취재한 한겨레 기자들은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었다.
그리고 2년 후, 지난 11월 한겨레는 “최종원과 양문석 방통위원의 술접대”를 단독 보도했다. 청와대 행정관 사건과 비교하면,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청와대 행정관은 방통위원회에서 파견한 행정관에 불과한데, 이번 사건은 굵직한 거물 2명이 개입한 사건이었다. 한명은 현직 국회의원이고, 또 한명은 차관급 방통위원이다.
타이밍이 문제일까 2년 전, 한겨레가 보도했던 그 사건은 경찰이 직접 단속에서 적발한 물증이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2달이 지난 후 보도해서 그런 것일까 그러나, 청와대 행정관의 적발 시점이 티브로드와 큐릭스의 인수합병이 한참 거론되던 때였고, 티브로드 임원이 그 자리에 동석했었다.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중인 9월에, KT 국감 이틀전에 KT 임원의 술접대를 받았다는 것이 ‘과전불납리’의 의혹만은 아닐 것이다.
한겨레는 ‘권력을 감시하는 사명’적 측면에서 ‘정부 여당의 성접대 사건’과 ‘야당 민주당의 술접대 사건’을 동일한 무게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2년 전, 청와대 행정관 사건 때 ‘경찰의 축소 은폐’를 머리 이 잡듯 비판하던 진보 언론들이 ‘최종원과 양문석의 KT 술접대’에 대해서는 ‘쉬쉬쉬’하는 분위기다.
진보언론들이 뻔히 보이는 ‘권력의 비리’에 대해서 ‘진보’라는 이유로 ‘축소, 은폐 및 제식구 감싸기’를 한다면, 정치언론의 기자상에 딱 적격일 것이다. 그래도 PD 저널은 나름대로 ‘권력의 비리’에 대해서 따끔하게 지적하긴 했다.
FTA에 ‘양문석 방통위원의 KT 술접대’ 사건이 바닥에 묻혔지만, 민주당으로서 어떤 논평을 낼 시간조차 없을지 모르겠지만, 진보 언론들의 태도는 정도가 지나치다. 정치신문이라고 평가받기에 딱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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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청와대 행정관 성로비 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당은 5번의 논평을 냈다. 이번에 최종원과 양문석 방통위원의 'KT 술접대' 사건이 터지자, '제 식구 감싸기'로서 어떤 논평도 내지 않았다. |
◆민주당, 2년 전 논평 5번, 이번엔 침묵
민주당도 문제다. 김재윤 민주당 간사에게 3번 넘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마다 김재윤 간사는 “지금 FTA 때문에 전화받기 곤란하니, 1시간 이후에 전화합시다”고 끊었다. 매번, 양문석 방통위원에 대해 이름을 꺼내자 마자 똑같은 답변이었다. 1시간 이후에 전화를 다시 걸면 똑같이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2년 전, ‘청와대 행정관 성로비 사건’에 대해 논평을 5번이나 냈다. 제목부터 섹시하다. 청와대 행정관의 성로비 진상을 밝혀라, 성매매한 청와대 행정관이 방송업자를 만난 이유는 뇌물사건도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 사건 성뇌물 받은 행정관은 비겁하게 숨지마라,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행위도 개인차원의 일일 뿐이고... 등등이다.
2년 전, 민주당은 논평에서 “청와대와 경찰, 방통위는 먼저 성 접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한점 숨김없이 명확히 밝혀야 한다. 더욱 중요한 수사는 권력 핵심과 업체간 유착관계다. 청와대 행정관 등에게 성로비를 한 케이블 방송업체 티브로드는 큐릭스와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이번 성로비 사건은 단순한 형사사건이 아니라 권력과 기업이 유착한 전형적인 로비사건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만일 청와대, 경찰, 방통위가 사건을 왜곡, 축소한다면 성 접대를 받은 청와대 행정관보다 더 큰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제 2년 전 민주당의 그 비판의 칼날이 민주당을 향했다.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그들의 침묵이 오히려 그들의 의혹을 입증하는 듯 하다. 민주당 전체의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면, ‘정경유착의 의혹’이 짙은 양문석 방통위원의 처신에 대해서 어떤 논평이 없는가
민주당은 “제 식구의 부정부패는 무조건 싸고 돌려는 청와대의 행태가 기막히다. 아무리 공직기강을 다잡겠다고 말을 한다고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은 없다. 사표로 사건을 매듭지어지지 않자 정정길 비서실장이 뒤늦은 사과를 하고 경찰이 수사범위 확대를 밝히는 것도 볼썽 사납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은 그래도 사표를 썼는데, 민주당이 추천한 양문석 방통위원은 사표는커녕 공식 사과문을 내지도 않았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냈다. 따끔하게 충고를 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KBS 녹취록 발언’을 놓고 거의 2달 가량 물고 늘어졌었다. 그런데 이번에 최종원 의원과 민주당 추천 양문석 방통위원이 개입한 ‘KT 술접대 향응’과 관련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완전 모로쇠다. 계속 침묵을 일관한다면, 역시 ‘그 밥에 그 나물’, ‘가재는 게편’이라는 정당의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KT 국감 이틀 전에 KT를 감시하는 방통위원회 방통위원과 국감을 하게 될 국회의원과 KT 임원이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딱 그 시간대에 모두 한결같이 시간대가 맞을 수 있었을까 정말로 서로 위로만 했을까 위로주를 마시기에 참 한가한 사람들이다. 더 한가해져서 서로 자주 만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우연의 일치는 조작일 확률이 매우 높다. “쏘세요”하고 쐈더니, 만약에 번호가 우연하게도 복권을 추첨하는 그 당사자의 번호와 일치했다면, 그것은 기적일까 비리일까
시간대로 KT 국감 이틀 전으로 표현되지만, 정확히 말하면 KT 국감 하루 전이다. 9월 21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알려져 있다. 9월 22일 KT 국감 하루 전인 것이다. 국민을 위하여 국정을 감시하라고 국회의원을 선출했는데, ‘권력과 권력’은 ‘연극의 대사’처럼 충분히 ‘쇼’로 연출할 수도 있다는 대표적인 ‘모델’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러한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민주당이나, 진보 언론들은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서 ‘목젖’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아무리 외쳐도 국민들은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념에 눈 먼 언론 정도로 치부해서, 일찌감치 즐겨찾기 언론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 뻔히 보이는 ‘비리’를 교묘한 문법장치로 피해가는 언론을 과연 언론이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