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작은 회사 사장을 언론이 자르려고 하네요. 취재는 삼성이나 대우증권, NH투자증권 같은 큰 곳에서 하세요.”

한 한화투자증권 관계자의 항변이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실적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증권사는 단연 한화투자증권. 그 중심에는 주진형 사장이 있다. 이미 언론에 나올 만큼 나왔으니 그의 행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

사실 기자는 주 사장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매도 리포트 확대, 고위험 주식 선정 발표, 수수료 기준의 개인 성과급제 폐지, 과당매매 제한 등 ‘고객중심의 경영’을 외치며 그가 내세운 여러 방침은 국내 자본시장을 위해 증권사가 의당 해야 하는 일이었다. 다른 증권사의 불만이나 내부 애널리스트 이탈 등 여러 부작용이 있었지만 고객의 신뢰를 잃고 자금이 말라가던 증권가에서 방향만큼은 옳은 정책들이었다.

다만, 그가 행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주 사장은 과거 우리투자증권과 LG증권 합병 시 구조조정을 주도한 ‘구조조정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적자투성이였던 한화투자증권에 취임하자마자 수백 명을 내보내면서 명성다운 면모를 보였다.
 
결국 그가 행한 구조조정은 한화투자증권 리테일 부분의 대규모 적자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화투자증권은 리테일본부는 지난해 4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회사에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최근 행보다. 연임에 실패하면서 마치 자신이 한화그룹의 압력을 받아 물러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뿐 아니라 전일 가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여기에 직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서비스 선택제’를 밀어붙이면서 집단 내부 반발까지 발생했다. 특히 주 사장이 월간 정기회의에서 했다는 ‘서비스 선택제를 못하겠다면 100명을 더 자르면 될까?’라는 발언은 가뜩이나 상처받은 한화투자증권 직원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최근 사건을 두고 주 사장 측에서는 한화그룹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직원들이 틈을 노리고 덤벼드는 ‘레임덕 현상’의 일부로 여기고 넘어가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압력을 넣고 반발하면 자르겠다는 쪽이 한화그룹인가? 주 사장 자신인가? 한화그룹은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을 사실상 차기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내정했지만 주 사장의 임기는 계약대로 내년 3월까지 보장하고 있다. 자신은 그룹의 압력을 받은 피해자이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 직원을 자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한 발언은 공감을 얻기는커녕 분노를 살 가능성이 높다.

주 사장은 자신과 직원들이 모두 똑같은 월급쟁이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직급이 높든 낮든 상사나 오너에 압력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월급쟁이의 숙명이다. 자신이 연임을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가슴 아픈 만큼 다른 직원들에게도 직장을 잃거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큰 충격이다. 뿐만 아니라 내부 잡음으로 주 사장이 그토록 주장하던 고객의 신뢰도 한화투자증권을 떠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서 주 사장에 주어진 시간은 단 6개월 남짓. 이제 주 사장은 입장을 항변하거나 고객중심 경영을 명분으로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일은 그만두고 ‘직원 중심’ 경영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원들을 그렇게 우선하는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무엇보다 쉬울 거다. 내부고객인 직원부터 만족시키는 게 주 사장에게 남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