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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대우증권 전경/사진=대우증권 |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을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패키지로 팔기로 하면서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단은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그룹의 2파전으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43%의 지분(1억4048만1383주)의 가치는 1조6857억원이다. 함께 팔리는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777만8956주)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치면 이번 패키지의 매각가는 2조~2조5000억원 사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대우증권 자본총계는 4조3049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2000억원가량 모자란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덩치뿐 아니라 103개 전국 영업점과 투자금융(IB)사업,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초대형 매물로 꼽힌다. 대우증권의 매각은 오는 8일 산업은행의 매각공고와 함께 시작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꼽는 유력 인수후보는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그룹이다. 이밖에 한국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중국의 시틱(CITIC)금융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고 있어 당장 대우증권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의 유상증자를 조만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선뜻 대우증권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을 보유한 시틱금융그룹은 최근 중신증권 사장을 포함한 고위간부들이 내부자거래 등 혐의로 당국 조사를 받고 있어 내부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4조원 이상의 ‘실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KB금융그룹은 단연 다른 후보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한데다 은행위주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대우증권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지난달 대우증권 인수 자문단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은 소매영업 분야가 약한 KB투자증권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으로 평가된다. 다만,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의 100% 자회사인 LIG투자증권 매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KB금융지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1조2067억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하고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본격화한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대우증권 인수 의사를 불태우고 있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던 미래에셋 측은 대우증권 인수전에 올인하기 위해 과감하게 이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연금 부문과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IB, 브로커리지에 강한 대우증권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우증권의 매각가가 올라갈 경우 KB금융그룹에 비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 KB투자증권에 비해 미래에셋증권의 덩치가 크다는 점에서 ‘중복 투자’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다.
그래도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말 할 수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구경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물론 인수가를 높이 쓴 사람이 대우증권을 가져가겠지만 인수합병(M&A)은 순수 자기자본 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며 “무조건 높은 가격을 부른 쪽에만 매각할 수 없는 미묘한 산업은행의 지위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인연도 관심사다. 두 사람 모두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데다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수제자'로 불린다.